돌아온 아이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8
김혜정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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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산에서 발견됐다. 기억뿐 아니라 시간도 잃어버린 양 나이도 먹지 않고 60년 전 모습 그대로 돌아온 것이다. 이 사건은 결말에서 다시 연결되어 모든 의문이 풀린다.


<헨젤과 그레텔>을 연상시키는 큰 그림 안에서 판타지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신선한 감각과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상상만 해보던 세계를 직접 경험하듯 인물들을 따라가며, 현실을 탈출한 해방감과 새로운 세계의 규칙과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엄마를 사고로 잃은 뒤 말을 닫은 아이, 담희.
큰 병으로 생을 잃을 위기 앞에서 시간을 버리고
12살에 멈추었다가 30년 후 돌아온 아이, 민진.
가정폭력을 피해 스스로 기억을 버린 후 다시 돌아온 보경.


세 인물은 각자의 시간 속에서 멈춘 자신과 마주하며, 서로를 통해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의 이질감 없이 신비한 설정을 납득시킨다. 몰입력이 굉장한 작품이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데 1시간 반 만에 완독해버렸다.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어서인지 정말 즐거웠다. 만약의 세계에서 바라본 현실의 당연한 관계들이 낯설게 보였다. 직선으로 체감되는 시간 구조에서 벗어나 미로처럼 시간을 오가며, 나 역시 시간에 대해 생각해봤다.


시간을 멈춘다? 젊고 아름답게 영원히 살 수 있다는 환상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건 곧 안전지대에 나를 고정시키는 일이란 걸 알았다. 그대로라는 것은 절대적인 안정 속에 묻히고 고여 정체된 상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그러한 욕심은 결국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되고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멈춘 시간에서 돌아온 인물들을 만나며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버티고 기다리며 결국은 돌아갈 선택을 하기까지 어느 때보다도 농도 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멈춰있는 동안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키우고, 변화의 첫걸음으로 서로와 연결된다. 그렇게 시간이 다시 흐를 때에 삶은 돌아온다.


멈춤은 부정적이면서도 회복을 위한 정지일 수 있으며, 머무를 용기와 변화할 용기 모두가 성장을 위한 걸음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은 것 같다. 덕분에 알았다. 안전과 성장, 그동안 나는 항상 전자를 택한 아이였지만 이제는 불안하고 두려워도 후자를 선택하기를 바라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소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문장이다. 주인공들은 즐겁게 춤을 추던 아이들이 아니었기에 무슨 뜻인지를 한참 고민했다.


즐겁게 춤을 춰야 마땅한 어린 시절이 지나고 "그대로 멈춘 아이들"임을 뜻하는 걸까. 말과 시간과 기억이 멈춰 더 나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다시 춤을 추는 삶으로 돌아가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동시에 일상에서 추던 춤을 멈추고 서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달라는 독자를 향한 주문으로도 들렸다.


"너는 나의 아미야."
"아미가 뭐야?"
영랑은 아미라는 말이 뭔지 몰랐다.
아미는 마인계 말로 '옆에 서 있는 사람',
친구를 뜻한다.
-71면


멈추어서 옆에 서 있는 사람, 친구. 아미.
같이 멈춰 옆에 있어주고, 또 같이 걷다가 멈춰주는 사람. 그런 친구들이 곁에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구원한다.


"그래도 결국 사람을 구원하는 건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내 손을 잡아주는 이들이 있기에
끝까지 밀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곁에 서 있는 사람. 함께 멈춰주는 존재.
재촉하면서도 기다려주던 시간들.
그 속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아미였을까? 아니면 지금 내 곁에 묵묵히 서 있는 아미를 몰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멈춘듯 닫힌 세상에서 나를 끌어내손 내밀어준 수많은 존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멈춰선 시간도 시간이며, 그 곁에 서 있는 사람 하나가 다시 흐르게 도와주는 기적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 이야기였다. 멈추고, 기다리고, 다시 나아가던 그 모든 시간이 삶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돌아온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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