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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 소란한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
나태주 지음, 보담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5년 7월
평점 :
"소란한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
부제가 자못 거창하다. 필사가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이라니, 출판사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살짝 거부감이 스쳤지만 나태주 시인의 서문으로 스르르 녹는다.
"소리 내어 시를 읽으며 필사하면
시를 세 번 읽는 것과 같습니다.
눈으로 한 번 읽고,
쓰면서 한 번 읽고,
내가 읽는 소리를 내 귀가 들어서
다시 한번 읽습니다.
시의 강물이 세 번 흐르는 사이
우리들 마음은 자라고 자라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며,
그렇게 바라본 삶은 이전보다
더 곱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시인의 문장에 격이 다른 고귀함이 흐른다.
시를 낭독하며 필사하는 것이
마음에 시의 강물이 흐르게 하는 일이라니♥
자기 안의 소음을 다스리는 필사는 느림을 선택하는 태도이자 급박한 시대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의 존엄을 지켜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소란한 세상에서도 멈추어 내면의 품격을 돌아보는 시간. 마음을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나를 존중하는 의식. 그렇게 필사는 고귀한 행위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이 필사 시집은 시인이 아침 시간에 가볍게 산뜻하게 읽기 좋은 시들만 골랐다고 한다. 아침에 읽는 시답게 이 시들은 아침의 햇살을 닮았다. 동시에 고요한 우주도 비친다.
시들을 따라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다 보니
내 안의 묵은 감정들이 말을 걸어온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되, 감정을 방치하지도 않기 위해
천천히 써본다. 감사와 평온이 강물처럼 흐르고, 시의 고운 언어가 햇살처럼 윤슬로 반짝인다.
낭독하며 필사하는 아침은
떠오른 마음 찌꺼기를 고르고
하루를 깨끗하게 맑히는 시간이 된다.
가장 좋았던 것은 시에서 놓쳤던 시인의 감성과 생각을 짧은 산문으로 붙잡을 수 있었던 점이다. 해설이 아니라 공부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듯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시를 몇 배 더 깊이 음미할 수 있었다. 이런 형태의 시집이 계속 출간되어도 좋겠다.
보담 작가의 일러스트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시집의 강점이다. 마음을 위로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답게, 그림마다 바람과 향기가 불어오는 것 같았다.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삽화들 덕분에 매일 아침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하루를 잘 살기 위해,
매일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게 하는
100편의 시를 내일도 매일 따라 쓸 것이다.
시를 필사하는 짧은 시간 동안,
어쩌면 나는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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