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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 30주년 기념 특별판 ㅣ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캐머런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도서지원
《아티스트 웨이》는 "창조성 회복의 고전"으로 불리며, 창조성을 회복하는 가이드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 책은 "직접 쓰고 실천하는 워크북형 자기 탐색 프로그램"이다. 잃어버린 자신을 불러내는 감각 훈련서로 창조성과 정체성 회복을 돕는다. 가장 중요한 실천사항은 바로 이 두 가지다.
[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 ]
1. 모닝 페이지
매일 아침, 의식이 흐르는 대로 세 쪽 분량을 적는다. 두뇌 유출이다. 두서없이 사소하고 이상한 내용이라도 생각과 감정을 죄다 쏟아내보자. 멋져 보일 필요 없다. 처음 8주 정도는 다시 읽지도 말아라. 앞 장을 절대로 넘겨보지 마라. 그저 매일 세 쪽을 써라.
내면의 비평가, 내 안에 검열관의 부정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훈련이다. 판단하지 않고 그냥 써라. 세 쪽을 다 채울 때까지 무슨 말이든 써라.
모닝 페이지를 쓰며 나도 놀랐다. 글을 쓸 때는 항상 '무엇을 쓸까, 어떤 포인트를 골라 강조할까' 뇌의 전 영역이 총동원된다. 그러나 모닝 페이지는 뇌가 쉬는 쓰기다. 일기보다도 더 편하고 자유로웠다. 어떠한 틀도 없이 얽매이지 않아야 하기에 내 속에 숨은 진짜 나의 아주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게 한다. 들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글이 되어 나온다. 뒤죽박죽으로!
저자는 쓰고 나서 절대 읽어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퇴고 습관이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다시 읽어버렸다. 그런데 좋았다. 쓰레기처럼 하찮은 글자 무더기에서 보석 같은 생각 알갱이들이 하나씩 반짝이고 있었다. 타인의 멋진 통찰을 훔쳐 와 베껴 놓은 느낌이었다. 웜홀 같은 다른 차원의 문을 연 기분이다. 창조는 멋진 결과물이 아니라, 나와의 내밀한 대화에서 시작된다.
2. 아티스트 데이트
놀이 같은 혼자만의 데이트다. 매주 두 시간 정도 특별히 시간을 내어, 즐거운 자극이 있는 영감의 공간으로 나를 데려가자. 혼자 해변을 산책하거나 옛날 영화를 보거나 수족관이나 미술관을 가도 좋다. 시간만 내면 된다.
이번에도 저자의 말을 거슬렀다. 두 시간 내기가 어려워, 점심시간에 30분동안 아티스트 데이트를 시도했다. 근처 작은 무인 매점에 들러 불량한 군것질거리를 샀다.
처음엔 시간 낭비 같았다. 그러다 아차 싶었다. 직접적인 성과가 없으면 헛짓처럼 느끼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나한테 이렇게 여유 부릴 자격이 있나, 창조성이니 뭐니 이런 건 다 특권층의 사치 아닌가'하는 내면의 검열관의 목소리였다.
평소 같으면 검열관의 목소리에 손을 들어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 처음 가는 길, "아티스트 웨이"로 향하는 전환점에 서있다. 이대로 돌아갈 순 없지!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해보았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 북적임을 듣다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나의 국민학교 시절에는 없는 정다운 활력이었다. 차라리 학교를 그만뒀더라면 더 많이 배우고, 더 행복했을 거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학교를 자퇴하다니, 전 같았으면 절대 떠올려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아티스트 데이트 덕분에 대담하게 생각이 튀었다. 억눌렀던 과거의 욕구와 숨기기 급급했던 내면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관심의 초점을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돌리면, 의식의 전환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나를 충분히 살고 있나?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보낸 시간은 꽤 묵직했다. 지금 나는 나를 살고 있는 건지, 관성대로, 살던 대로 살고 있는 건지 내가 나에게 물었다. "아티스트 웨이"는 삶의 틈을 만들고, 그 틈을 여백으로 넓혀 덮어둔 창조 본능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삶을 감각적으로 다시 느끼게 하고, 생기를 회복시키는 도구였다.
이 책은 예술가로 살라고 하지 않는다. 삶을 예술처럼 느끼라고 말한다. 소풍 전 날처럼 잔뜩 기대하고 설레며, 일상을 자기답게 창조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선물이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이 반짝이고 있음을 보게하는
장난기 어린 아이의 웃음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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