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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 무의미한 삶을 지탱하는 10가지 깨달음
마이클 노턴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5년 4월
평점 :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는 원제목 <The ritual effect>에서 알 수 있듯, 삶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리추얼을 제안한다. 리추얼(의식)이란 일상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담아 반복하는 행동으로,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의미 없이 자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의미가 있기에 삶에 리듬과 활력을 불어넣는 도구로 작용한다.
리추얼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 심리학, 종교학, 인문학적 접근이었다면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는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 마이클 노턴은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이자 행동경제학 연구 권위자다. 경영학자이지만 심리학 기반에서 의식을 통해 인간 행동을 분석한다.
"왜 리추얼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를 인간 행동의 과학적 메커니즘으로 풀었다. 이론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례와 실험으로 공감과 흥미를 끌어내, "내가 왜 이걸 할 때 기분이 좋은지", "왜 반복하면 의미가 생기는지"를 납득시킨다. 행동경제학은 "당연한 것"에서 통찰을 발견하는 학문이기에 너무나 평범해서 놓쳤던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우리의 인생과 행복에 영향을 주는지 새로운 시선으로 비춰준다.
"삶을 사랑할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순간,
삶의 본질은 그 어느 것보다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단 하나의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12면
리추얼은 삶을 사랑하는 연습이다. 삶을 사랑하는 가장 특별한 방식이다. 삶을 사랑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딱 맞는 방식이다. 엉뚱하고 임의적일지라도, 자신에게 더없이 적절하고 효과가 좋다면 훌륭한 리추얼이다.
<상실>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조앤 디디온은 글이 막힐 때마다 작업 중인 원고를 비닐 봉투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한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는 분홍색 플라스틱 바닷가재를 상자에 넣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가지고 다녔다. "처음에는 그저 기능적이었던 평범한 활동이 우리에게 지극히 중요한 활동이 되면서, 평범함을 초월한 비범함이 느껴지기에 이른다." (78면)
"습관은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만,
리추얼은 당신을 충만하게 만든다."
- 로빈 샤르마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리추얼은 습관과 비슷하다. 습관의 본질은 '무엇을' 하는가에 있지만, 리추얼의 본질은 '어떻게' 하는가에 있다. 습관이 실제적 보상을 준다면 리추얼은 감정적, 심리적 영향까지 덧붙는다. 좋은 습관이 자동화되어 별 노력이나 생각 없이도 루틴을 수행하는 행위가 습관이라면, 리추얼은 특정한 방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커피를 내릴 때, 자동화된 습관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최대한 빠르게 카페인을 섭취한다는 무엇이 중요하다. 반면, 리추얼을 행하는 사람은 굵게 간 커피 원두만 사용하고, 프렌츠 프레스 외에는 쓰지 않는 자신만의 유일한 방법, 어떻게가 중요하다.
갑자기, 베토벤이 떠오른다.
"60알의 원두는 나에게 60가지의 영감을 준다."
베토벤은 아침을 시작할 때 60알의 커피콩을 세고, 그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강박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지만 베토벤에게는 예술가로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경건한 준비였던 것이다.
특정 행동에 따라 습관과 리추얼을 따로 구분할 수는 없다. 행동 자체가 아니라 행동에 부여하는 감정과 의미가 중요하다. 리추얼은 본질적으로 감정 유발제이기에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감정을 마음대로 불러일으킬 수 없지만, 리추얼을 통해 기분을 바꾸고 북돋울 수 있으니 리추얼을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얼마나 요긴한지 모른다. 내가 기분 좋아지는 행동을 알고 선택해 매일 리추얼로 삼아 행할 수 있다면, 매일 아침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는 순간을 '리추얼'로 삼는다면, 리추얼이 없는 삶과 분명 다를 것이다.
신호와 반복 행동, 보상으로 작동하는 습관의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최적화와 효율화에 집착한다면, 독특한 리추얼의 행동은 삶을 가치 있고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침내 내 건강을 최적화했다. 이제 최대한 오랫동안 재미없게 살 수 있다> -톰 엘리슨의 에세이 제목
"반드시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스스로를 챙기고 아끼기 위해" 정성과 시간을 내어주는 삶은 분명 다채로운 감정으로 인해 훨씬 큰 만족감을 준다.
"감정다양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족감, 즐거움, 기쁨, 신비함, 고마움뿐 아니라 슬픔, 두려움, 불안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때 삶이 감정적으로 더 풍부해지면 전반적인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긍정적 감정의 우세 여부보다 경험하는 감정의 다양성과 풍부함이 웰빙과 더 밀접히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47면
기쁨 세 번을 느끼는 것이 기쁨 두 번, 불안감 한 번을 느끼는 것보다 당연히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태계의 건강이 생물다양성에 달려 있듯, 우리의 웰빙도 감정의 넓고 깊은 스펙트럼에 좌우된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 깊었다. 매일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도 내치려고만 하지 말고, 건강한 내면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감정이라는 다시 깨닫는다.
리추얼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사소하고 이상하더라도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히 쌓일 수도, 의도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계속 반복하면서 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선택하고 색다른 감정과 의미를 찾는 순간, 그때가 자신의 리추얼이 탄생하고 힘을 발휘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만의 리추얼을 하나 만들고 싶어 궁리했다. 문득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나로 존재함이 알아차려지는 순간. 마음이 움직이며 내 안에 자연스럽게 무언가가 싹 트는 순간. 그 찰나를 의식적으로 반복하면 그것이 곧 리추얼이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얼마 전 유튜브로 출생률 급감이 불러온 한국의 인구 위기를 다룬 영상을 봤다. 심각했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사회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 문화, 군사적으로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소름 끼치게 무서운 현상이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거리에서 스치는 사람들이 달라 보였다. 대화를 나누는 분들로 북적이는 카페가 시끄럽지 않고 정겨웠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생명이었다. 그렇게 다음 리추얼 후보 가 만들어졌다.
"마음속 산책 인사"
걸으면서 눈에 띄는 누군가에게 마음 속으로 다정하게 인사하고, 그분의 오늘을 살짝 상상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어떤 일로 이 거리를 걷고 계세요? 전화하면서 미소 짓는 표정이 보기 좋아요.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요, 날씨가 좋아서 봄이라서 좋으신 걸까요. ~~~"
이렇게 상상하다 보면 마음이 부드럽게 펴지는 것 같다.
리추얼은 기억에 남는 행위가 아니라, 느낌에 남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오늘 느꼈던 좋았던 순간, 그 감정을 따라가보자. 예측 불가능한 삶을 붙잡아 주체적으로 이끌며 돌보고 있다는 나만의 감각을 가져보자.
리추얼은 삶을 지탱하는 깊은 뿌리이자 세상에 하나뿐인 나로 생동하는 다정한 공간이 되어 준다.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를 통해 일상적인 순간들을 비범하게 만들어 줄 각자의 리추얼을 발견하길, 일상의 행위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달콤한 도구로 리추얼을 즐기길, 습관 형성과 개선을 넘어서 삶의 목적과 개성에 어울리는 리추얼로 삶에 깊이와 의미를 더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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