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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엄격함 -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 그리고 실재의 궁극적 본질
윌리엄 에긴턴 지음, 김한영 옮김 / 까치 / 2025년 1월
평점 :
《천사들의 엄격함》은 문학, 물리학, 철학이라는 영역에서 정점에 선 세 거장,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를 통해 인간 인지의 한계와 실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현대언어문학과 교수이며 인문학 연구소의 소장인 윌리엄 에긴턴이 우주론과 문학과 철학에 관해 25년 이상 사유하고 가르치고 글을 써온 과정의 결실이다.
주제는 거창하지만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책이 아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다. 에피소드나 스토리를 활용한 소설적 서술 덕분에 세 거장의 흥미로운 썰을 풍성하게 들을 수 있다. 그 사이사이로 그들의 사상과 이론을 엮어 흔하고 흔한 주제가 아닌 저자만의 창조적 시선을 담은 책을 탄생시켰다. 천재들의 사유를 따라가고 이해하려니 사실 어렵긴 했다. (ㅎㅎ)
18세기 독일 철학자 칸트, 20세기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 20세기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천재들의 만남이다. 저자는 이들의 사상을 서로 연결하고, 충돌시키며,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마치 세 개의 거울이 서로를 비추며 무한한 심연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세 거장의 사상을 통해 인간 인지의 복잡성과 깊이를 탐구했다.
《천사들의 엄격함》은 세 거장의 삶과 사상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인지의 틀을 깨고, 그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도록 이끈다. '천사들의 엄격함'은 인간의 불완전한 인지 능력 앞에 놓인 냉혹한 현실을 상징한다. 보르헤스의 미로 같은 상상력,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 인지의 한계를 드러낸다.
특히, '실재의 궁극적 본질'이라는 부제는 이 책의 핵심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실재를 인지한다고 믿지만, 과연 우리가 인지하는 실재는 객관적인 진실일까? 아니면 우리의 감각과 이성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이 책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자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게 한다.
《천사들의 엄격함》은 먼저 인간의 인식의 한계와 주관성을 말한다.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은 객관적인 실재가 아닌, 인간의 제한된 감각과 인지 능력에 의해 구성된 주관적인 해석이다. 칸트의 형이상학은 우리가 현상 세계 너머를 인식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은 관측 행위가 대상에 영향을 미쳐 객관적인 측정이 불가능함을 보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구성한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통해 세상은 확률과 불확정성에 의해 지배된다고 말했다. 보르헤스의 문학은 무한하고 복잡한 세상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세상은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곳이다.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다. 보르헤스는 상상력과 허구가 제한된 현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라고 말한다.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고 다층적이지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유연한 태도로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훨씬 더 신비하고 놀라운 가능성의 세계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다 알 수 없기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추적할 수 있는 무한한 세계가 여기 있다. 어차피 알 수 없다며 체념하기보다, 알아야 하고 알 수 있는 미지의 존재가 실재했기에 끝없는 돌파로 지금의 문명에 이른 것 아닐까. 아직 알지 못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측면들을 더 깊게 이해해 나가는 기쁨을 누려 보자. 세상이 불확실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옳고 그름에 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답을 찾기를. 그 여정에서 《천사들의 엄격함》이 멋진 대화 상대가 되어줄 것이다.
"시간상으로 어느 한 순간을 경험하는
우리의 바로 이 능력에는
그 순간들을 초월하는 실재의 존재,
"만물을 지탱하고, 뿔뿔이 흩어지지 않는"
더 큰 통합체의 존재가 논리적으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1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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