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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평점 :
품절
《기록이라는 세계》는 매일 인스타에서 만나는 나의 찐 인플루언서 "리니"님의 첫 책이다. 얼마 전, 리니 님이 진행하신 이벤트에 당첨돼 고급스러운 다이어리를 선물받기도 했다. (rini FOREVER!)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기발한 기록법을 꼼꼼하게 알려주셔서 재미나게 구독하고 있던 중, 리니 님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서평단으로 함께 하길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 성덕이 된 것 마냥 선물처럼 《기록이라는 세계》를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더퀘스트 FOREVER!)
《기록이라는 세계》는 "삶의 길이, 넓이, 깊이"를 키워드로 구성돼있다.
1. 길이
내면의 길이 늘리기.
연력, 건강 기록, 일기, 루틴 트래커 등 하루를 들여다보는 꾸준한 기록.
2. 넓이
셀프 탐구 일지, 디깅 기록, 관찰 일지, 문장 수집 등 나에서 타인으로 시선을 넓게 가져가는 기록.
3. 깊이
필사, 성찰 기록, 미래 일기 등 삶의 순간에 나다운 의미를 부여하는 연습.
《기록이라는 세계》에는 정말이지 다채로운 기록법이 가득하다. 총 25가지나 된다. 다른 자기계발서라면 이렇게 하라는 게 많으면 시작 전부터 한숨이 나온다. '하나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다 하지...' 그런데 웬걸! 《기록이라는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챕터부터 기록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기록은 귀찮은 게 맞아요. '굳이' 하는 일이거든요. 굳이 하는 수고스러운 일은 평소에 하지 않던 노력을 해야만 해요. 문제는 이 '노력'이라는 단어가 부담을 준다는 거예요. 많은 분이 기록을 시작할 때 '비장한 각오'를 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기록하겠다, 용도와 상황에 맞는 체계적인 기록을 하겠다 등 굳은 마음을 먹어요."
"어휴, 벌써 숨이 막히지 않나요? 처음에는 아무리 목적한 바가 있어도 기록의 효용이나 방법, 매일 써야겠다는 각오, 남겨둔 기록이 의미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길 바랍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노트나 자주 사용하는 앱에 '뭐라도 그냥' 써보세요. 단어 하나, 간판 이름, 누군가와 나눈 한마디, 인상 깊게 봤던 콘텐츠 제목, 지루했던 일상 등 어떤 것이든 좋아요."
-- 19, 20면
"가벼운 마음으로, 뭐라도 그냥" 끄적여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 역시 완벽주의 성향 탓에 시작이 어려워 진작에 기록하지 못한 과거가 후회될 때가 많다. 그 흔한 육아일기 하나 쓰지 않은 엄마다.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의 허들을 넘지 못할 때, 사실 방법은 딱 하나예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작해보는 거죠."
- 23면
정말 그렇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도 "그냥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ㅎㅎ 그러나 핑계는 이제 그만. 리니 님 말대로 그냥 해보는 것을 《기록이라는 세계》 책에서 얻을 '원씽'으로 삼고, 주위에 굴러다니는 작은 수첩에 일단 썼다. "가벼운 마음으로, 뭐라도 그냥"
그리고 《기록이라는 세계》가 처음으로 해보라는 것을 써봤다.
"노트에 1번부터 30번까지 숫자를 쓰고 그 옆에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들을 쭉 써보세요. 물건, 취미나 취향, 호기심이 가는 대상, 즐겨 보는 드라마 등 무엇이든 좋아요. 쓰다 보면 요즘 내가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요. 특히 1번부터 10번까지는 현재의 내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일 확률이 높아요."
- 21면
30번은 너무 많아서 반만 썼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나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괜찮다. 기록은 곧 나를 알아가는 시간. 올해는 그 어떤 때보다 기록 안에서 나를 자주 만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기록이라는 세계》 덕분이다.
별것 아닌 손글씨이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다음 기록들도 따라 하고 싶어져 그렇게 몇 가지를 쓰고 나니 예상보다 훨씬 큰 성취감이 올라왔다. 그저 잠시 따라 했을 뿐인데, 하라는 걸 했을 뿐인데,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고?!
이 글을 읽는 이웃님도 당장 냅킨이든, 메모지든, 손바닥에든 글씨를 꼭 써보셨으면 좋겠다. 지금 떠오르는 그 마음 그 한 줄을.
《기록이라는 세계》는 숨 막히는 "TO DO LIST"가 아니라 산들바람 같은 상쾌한 설렘이 부는 "WISH LIST"였다. 해야만 하는 일을 빼곡히 줄 세워 강요하는 책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반짝이는 작은 선물이나 행운을 모은 보물 상자 같은 책이다. 안 해도 괜찮은 기록이지만, 하면 분명히 좋을 거라는 희망의 기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기록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삶을 아끼는 태도"의 진심이었다. 모든 구절구절 사이에서 리니 님의 기록 사랑이 향기로 피어났다. 그 향기는 곧 삶에 대한 사랑이었다. 삶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절절히 아는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뚝심이었다. 그 한결같은 끈기는 자신의 삶이 무엇보다 귀중하다는 깨달음의 샘에서 절로 퐁퐁퐁 솟아오르는 것 같다.
흘러가는 일상에서 낚아챈 순간을 문자나 사진으로 남겨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두고, 그 기록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돌아보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삶과 타인과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낯설게 바라보는 여정. 그 여행을 누구보다도 즐겁게 문자들 속에서 항해하는 사람의 기쁨이 《기록이라는 세계》에 들어차있다. 그렇게 배웠다. 멋들어진 변화를 바라고 기록하기보다 기록하는 순간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꽉 붙들자고, 즐기다 보면 분명히 꾸준할 수 있고, 그 보상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주어질 것이라고 믿게 됐다.
저자는 힘들 때 기록이 다시 자신을 일어서게 했다고 고백한다. 리니 님처럼 기록이 나를 일으키는 경험은 없지만, 기록이 비추는 나를 관찰한다면 고난 속에서 동아줄이 될 인생템을 보물 찾듯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든다. 기록으로 삶이 변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보다, 기록하는 작은 순간들 자체가 이미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기록이라는 세계》를 통해 기록과 삶이 별개가 아니라, 기록이 곧 삶이며 삶이 곧 기록이어서 재미있고 고요한 일상을 즐기는 기록 선배의 기록을 훔쳐볼 수 있기를.
기록에 대해 아주 작은 흥미를 가지신 분이라면 분명히 《기록이라는 세계》로 모험과 재미가 넘치는 기록의 세계와 마음에 들지만 숨겨진 자기 자신의 세계를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출판사 더퀘스트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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