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 흔들리는 오십을 위한 철학의 지도
바르바라 블라이슈 지음, 박제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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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나는 시기를 위한 철학 안내서

청춘을 바쳐 얻은 결과가 이것뿐인가
새로운 꿈을 꾸기에 이미 늦은 나이인가
이 다음에는 무엇을 목표로 살 것인가


정년의 나이가 당겨지고 수시로 일상의 안정을 위협받고 있는 시대다. 쉬지 않고 달리듯 열심을 다하지만 이렇다 할만한 성과는 없고, 후회와 허무가 마음 한편에 늘 자리한다.


중년은 위기의 순간에 취약하고 나는 이 책에서 위기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오십을 넘기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무서운 깨달음, 더 용기있고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지 못했다는 후회, 모든 것을 성취하고도 바로 그 이유로 황량한 고원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기분, 자기 인생에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 인생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 238면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는 중년을 위한 철학서를 표방하지만 사실 누가 읽어도 삶에 대한 관점을 전환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중년이라는 인생의 단계를 꽃이 피어나는 '최고의 시기'로 보고 그 시기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시기의 충만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물을 것이다. 중년기에 특히 적합한 삶의 방식이나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방향은 바로 이 시기에 직면하는 도전 과제에 신중하게 대처하고 이때 발생하는 실존적 의문을 현명하고 유익하게 극복하여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중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 38, 39면


중년을 단조로운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는 중년이 "위기"가 아니라 "절정기"라 말한다. 역설이 가득한 인생 최고의 시기다. 고대에는 중년이 성숙에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사실 삶에는 단계마다 위기가 있다. 유독 중년기에만 위기로 가득 차 있다는 고정관념은 잘못됐다. 저자는 특히 위기를 좋든 나쁘든 본질적인 것을 밝혀주는 전환점이며 존재를 밝히는 순간으로 본다. 자신의 삶을 재형성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다만 각각의 위기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중년의 충만함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인생 경험과 과제를 현명하게 다룰 때만 이룰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동시에 앞을 내다보면서 미래에 어떤 새로운 방향이 열려 있는지 검토하는 자기 발견의 계기로 삼아보자.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생이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격이 발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각자 최고의 성숙으로 나아간다. 중년기는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동시에 오래 참음, 보살핌, 인내로 젊음의 오만함을 벗어난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년기가 가장 손쉬운 출발점인 것이다. 가진 무기도 많지만 한참을 더 달릴 수 있는 건강함도 가졌다. 노년기와 달리 여전히 발전할 긴 세월이 남아있다. 그간 얻어낸 풍요로움을 활용할 기회다.


"철학적 문제는 '나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라는 형식을 띤다." (비트겐슈타인) 생의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실존적 의문과 혼란이 오히려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고독한 존재가 되며 그보다 더 철학적인 순간은 없다. 자신의 삶을 미지의 존재로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중년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기 시작한다. 본질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며 삶의 주체성을 세우려 한다. 지나간 경험은 삶의 후반부에서 더 강렬하고 더 큰 감사로 다가온다. 높은 경험치로 인해 결정 지능이 상승한다. 관계 안에서 겸손하게 정체성을 정립하고 비극에서 한 발 떨어져 인생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자기인식도 가능하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는 철학서이기에 중년의 성공 방식 같은 자기계발서적인 실천 사항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았다. 세상은 당장에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정보는 끝없이 흘려보낸다. 하지만 습관으로 붙이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알고 나서도 그대로인 나를 보면 되려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삶의 태도와 철학을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 철학은 난해하지만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깊이 닿아있어 인생의 방향을 잡고 행복으로 가는 길에 유용한 도구임이 분명하다. 철학은 해답이 아니라 통찰력 있게 자기를 인식하게 하고 삶과 그 방식에 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일상의 문제를 철학적 사유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해온 저자의 매끄럽고 친절한 인생 풀이 덕분에 철학이 한층 친근해졌다.


철학에서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은 어떤 선입견도 버리고 모든 것을 의심하며 어떤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지를 늘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 주제, 논제를 비틀고 뒤집어서 그 반대 역시 옳은지 묻는 것이 철학의 기본 사고다.
240면


철학적 사고도 비판과 저항을 본질로 삼는 과학적 사고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한 방향으로 선입견을 굳히는 경직성을 경계하는 태도는 여러모로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비틀고 뒤집을 줄 아는 유연한 자세를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에서 한 번 더 확실히 배운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가 "역설"을 강조한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는 중년기가 오히려 더 깊은 갈망과 실존적 불안으로 괴로울 수 있다. 그렇게 흔들리는 시간들이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역설. 과거보다 노련해져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내게 중요한 것을 파악할 수 있지만 꿈꾸는 미래와 현재의 격차에 여전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역설. 이 모든 것을 통해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인생을 충만하게 만드는 일이 뭔지 더 분명하게 알아가는 과정은 위기를 더 확실하고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지름길이라는 희망의 역설이 해피엔딩 같았다. 삶의 모든 순간이 배움과 성장의 기회일 수 있다는 응원이 좋았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인생에서 자신을 찾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 리베카 솔닛, 길 읽기 안내서


자신을 잃어도 또 새로이 찾을 준비가 되어 있는 중년기임을 믿게 하는 책. 풍부하게 쌓인 경험에 감사하고 새로운 여유를 만끽할 수 있으며, 거리를 두고 인생을 볼 줄 알며 스스로 쟁취하는 주체성까지 갖춘 중년이 꽃 필 시기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버티고 이뤄낸 숱한 날들을 홀대해선 안 된다. 인생 후반전의 충만함을 알려주고 도전하게 하는 훌륭한 지도 같은 책,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추천합니다.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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