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불편한 사람들
가나마 다이스케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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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불편한 사람들》은 대학생을 포함한 요즘 젊은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푸는 "세대 간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넓히는 안내서"이다. 세 개 간 소통의 단절과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대해 색다른 통찰을 접할 수 있었다. 칭찬처럼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문화적 배경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분석했다.


시대와 더불어 요즘 것들의 속마음도 변하고 있다. 주목받고 싶지 않은, 칭찬도 불편한 2030대를 들여다보고 이해하자. 왜 이해해야 하냐고?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다. 함께 하기 위해서는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도 가족의 울타리 밖, 급속도로 바뀌는 각자의 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변할 것이다. (아니, 분명 지금도 변하고 있다.) 자녀들 또한 우리가 이해 못 하는 요즘 것들이 될 것이라는 슬픈 사실이 눈앞에 놓여있다. 젊은 세대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길과 맞닿아있다.


《칭찬이 불편한 사람들》은 20대 초반의 요즘 젊은이들을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정의해 접근한다. 솔직하고 성실하고 바른 아이들. 동시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의욕이 없는 아이들.


사실 굉장히 의외였다. '젊은 것들'이라 하면 으레 기성세대에 반항하고 혈기 넘치는 의욕과다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MZ 세대만 해도 자기 것은 틀림없이 칼같이 챙기며,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당당함을 과시하는 유형이었다.


그런데 《칭찬이 불편한 사람들》이 본 젊은이들은 오히려 나 같은 중년과 닮아 있었다. 절대 튀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니까 하고, 결단코 질문하지 않는다. 오로지 안정을 추구하고 자신감이 지나치게 낮다. 오마이갓! 어쩌다 젊은 것들이 나처럼 벌써 늙은 아줌마, 아저씨처럼 사는 거니?!


당신은 수업 1교시 수업에 착실히 출석했나? 나는 그랬다. 나를 닮은 요즘 것들도 그렇단다. 최근에는 1교시라고 출석률이 떨어지지 않는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그래야 하루를 길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어 좋기 때문이라고 답하지만 실제 이유는 따로 있었다. '1교시라고 정해져 있으니까'이다. 나는 단박에 이해했다. 1교시 수업이니까 당연히 가야지, 다른 여타의 이유는 핑계일 뿐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도 그렇다니 왜 슬퍼지려 하지. 정해진 1교시 수업에 자기만 나가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니 나가는 것이란다. 수업에 빠지면 교수님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목받을지 모르고, 자신이 이야깃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자기가 없는 사이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니 초조한 것이다. 다수에 속함으로써 안심하는 심리이다.


칭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학생에게 제발 모두 앞에서 칭찬하지 말라는 쓴소리를 듣는다. 사람들 앞에서 칭찬한 다음, 갑자기 말수가 줄어든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감도, 자기긍정감도 낮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으면 큰 압박이 되기 때문이었다. 칭찬받아 기쁜 마음은 티끌처럼 작게 느껴질 정도로 눈에 띄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절대적으로 큰 이유도 있었다.


동기유발을 일으킨다는 칭찬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었다.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유발하는 도구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젊은 세대는 칭찬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이 외부에 의해 규정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칭찬도 떠들썩하게 하면 실례가 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고시 합격 플래카드가 동네에 나부끼는 광경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겠구나 싶다.


최고의 선택은 적당한 것이고, 부모님이 정해주면 열심히 하지만 자기 탓이 될까 봐 스스로 결정하려 하지 않는 젊은이들. 튀지 않으려 긴 줄 뒤에 서고, sns 사진을 올릴 때도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함께 찍은 사람이 어떻게 나왔느냐'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진정 우리나라 젊은이도 이런가요?) 남의 눈을 신경 쓰면서 적절하게 거리를 두고 관계성을 유지하는 숨이 턱 막히는 세계. 동시에 참으로 안정된 세계. 나를 드러내는 것에 공포를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칭찬이 불편한 사람들》은 그들을 만든 건 사회라고 말한다.

"젊은이가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도전을 피하며, 수비적이고 내향적인 성향이 된 이유는 젊은이가 자라온 일본 사회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도전이나 변화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도전해도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 역시 어른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지도 못하고, 하지도 않을 일을 젊은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착취일 뿐입니다."
- 253, 254면


할 말이 없어졌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어른이 보여주지도, 가르쳐 주지도 못한 것을 젊은이들이 해낼 수는 없다.


어른인 당신이 하십시오. 당신이 먼저 도전해야 합니다. 당신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때 만약 젊은이가 곁에 있다면 이 한마디를 했으면 합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젊은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한마디입니다.
"나는 이걸 하고 싶고,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도와주지 않을래요?"
- 254면


그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있고 영향을 주며, 서로의 원인과 결과로 함께 살고 있었다. '요즘 것들'이라는 미명하에 편견을 갖고 비난하고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어른인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 같이 해보자 도움을 구하는 열린 겸손을 지니는 것. 《칭찬이 불편한 사람들》이 젊은 세대의 현재에서 시작해 기성세대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방향의 전환이 통쾌했다. 나 역시 못난 어른으로서 혼났지만 왠지 속 시원한 쾌감을 주어 고마운 책이었다. 젊은이를 알고 나를 돌아보게 한 유쾌한 성찰을 선물한 《칭찬이 불편한 사람들》 추천합니다.


*** 포레스트북스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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