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봉그깅 할래?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박소영 지음, 배민호 그림, 변수빈 감수 / 베틀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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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함께하면 할수록
바다가 아프다는 사실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 11면


봉그깅 = 봉그다 + 플로깅
= 줍다의 제주말 + 쓰레기 줍다의 스웨덴말
=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것


제목에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 말부터 찾아보게 된다. 봉그깅이라... 봉다리?(봉지의 경상도 사투리) 플로깅? 두 단어가 먼저 떠올랐는데 대강 뜻이 통했다. 봉다리에 쓰레기 주워 넣는 것, 봉그깅! (맞췄다, 오예)


'봉그깅'은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청년 단체 ‘디프다 제주’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우리 봉그깅 할래?》는 거의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쓰레기를 줍는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와 멤버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실제로 변수빈 대표가 "수빈"이라는 캐릭터로 이야기에 등장한다.


"아, 제대로 소개를 할게요. 저희는 '디프다 제주'라는 팀입니다. 저는 리더인 변수빈이라고 해요. 말씀드린 것처럼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 38면


《우리 봉그깅 할래?》는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주니어 태권 체조 은메달까지 수상한 유망주, 12살 지안이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지안이는 교통사고로 태권도를 그만두게 되고 아빠의 권유로 뼈에 무리가 가지 않는 프리 다이빙에 도전한다. 공기통 없이 깊은 물속에 잠수하는 스포츠다.


프리 다이빙을 하며 절망에서 빠져나와 다시 밝아진 지안이를 위해 가족은 '제주도 한달살이'를 시작한다. 지안이가 바다에서 마음껏 프리 다이빙을 즐기며 전과 같은 열정을 되찾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멋진 부모님이다.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순간이었다. 바다의 물결은 잠수풀에서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야생의 온도와 촉감이었다. 지안은 바닷속의 모든 모습을 영원히 눈 속에 담으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른 물, 눈부신 산호, 빽빽한 숲과 부지런히 움직이는 동물들, 이 거대한 푸르름에 압도당할 것이다."
- 28면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지안이의 예상와 달리 바닷속은 미세먼지 낀 하늘처럼 뿌옇게 흐렸다. 해조류와 물고기는 없고 타이어와 폐자재, 비닐봉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지안이 꿈꿔 온 바다가 아니었다.
쓰레기장이었다."
- 30면


그렇게 지안이네 가족은 빠른 속도로 오염되고 있는 제주 바다에 놀라 '디프다 제주'팀을 만난 후 다 같이 봉그깅에 나선다.


"모래 해변의 쓰레기는 그나마 줍기 쉬운 편이었다. 문제는 바위였다. 제주도의 새까만 현무암 사이사이에 엄청난 쓰레기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깊이 박혔는지 잘 꺼내지지도 않았다. 지안이는 깊은 곳의 쓰레기를 꺼내기 위해 긴 막대를 구해 와서 바위틈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 45면


태풍이 할퀴고 간 해변은 또다시 쓰레기로 엉망이 된다. 하룻밤 만에 청소하기 전보다 훨씬 더 지저분해진 바다를 보며 지안이는 왈칵 눈물을 쏟는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거대한 자연의 분노 앞에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 덮친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열심히 치우면 깨끗해질 줄 알았는데........ 흐흐흑."
- 62면


《우리 봉그깅 할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녀 식당의 할머니가 끓여주신 제주의 향토 음식 '몸국'의 뜨끈한 국물에 지안이의 설움은 씻긴다. 그리고 할머니의 말씀을 듣는다.


"믿어 보라. 경 허믄 바당은 지드려 줄 거여.
(믿어 봐라. 그러면 바다는 기다려 줄 거야.)"
- 70면


《우리 봉그깅 할래?》를 읽으며 지안이와 함께 제주의 바다 앞에서 설렜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도 물속에서 지안이가 편안함과 위안을 느끼는 장면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쓰레기장이 된 바다에 미안했고 그런 바다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게 내내 지안의 세계에 독자를 빠뜨리는 힘을 가진 이야기다. 환경보호라는 교훈적인 스토리가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였다.


지안이의 개인적인 경험과 바다의 오염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스토리텔링이 탁월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해양 오염 실태가 이야기 안에 이음매 없이 녹아있다. 어떤 실천이 도움이 될지도 절로 배울 수 있다.


병 주고 약 주는 이야기 같기도 했다. 바다가 이토록이나 몸살을 앓고 있음에 참 아프고 쓰라렸다. 그러나 바다를 돕는 손길들이 끊이지 않음에 여전히 희망이 있었고,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바다의 생명력은 결코 이대로 스러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특히 그림을 맡은 배민호 작가님의 일러스트는 《우리 봉그깅 할래?》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로 중심을 잡고 특유의 분위기를 풍길 수 있게 큰 역할을 한다. 박스 같은 재활용지 위에 삽화를 그려 수록해주셨다. 평소에도 업사이클링 작품활동을 하셔서 《우리 봉그깅 할래?》의 메시지를 누구보다도 잘 표현하셨다고 느꼈다.


좌절을 겪은 지안이가 아프지만 푸르른 제주 바다를 청소하며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씩씩함이 참 좋았다. 그런 지안이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부모님의 적극성도 크게 배웠다. 내가 지안이 엄마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적당한 운동을 찾아 제안하고, 환경까지 바꾸는 도전을 할 수 있었을까? 때로는 과감하게 변화를 향해 성큼성큼 내딛는 본을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비슷한 것만 보고 들으며 한정될 수밖에 없는 사고의 폭이 《우리 봉그깅 할래?》 덕분에 확장된 것 같다. 아파트숲을 떠나 제주 바다로 갔고, 그곳에서 내 코가 석자인 양 나와 가족밖에 모르던 삶이 아픈 바다를 살필 줄 아는 더 큰마음을 품을 수 있었다.


독서 활동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알차게 제작해 주셔서 아이들과 함께 야무지게 《우리 봉그깅 할래?》를 읽어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을 공감대 높은 이야기로 잘 풀어준 이야기, 《우리 봉그깅 할래?》 자연을 더 친근하게 느끼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상의 노력을 책을 통해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생활 습관도 많이 달라졌다.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된 뒤로는 최대한 일회용 포장 용기를 안 쓰려고 노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엄마, 아빠는 집에서 나올 때 가방 속에 텀블러를 하나씩 꼭 챙겼다. 카페에서 음료수를 살 때 일회용 컵을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착착 접어서 넣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장바구니도 유용했다. 전통 시장에서 챗를 살 때면 미리 준비한 신문지에 둘둘 싸서 장바구니에 쏙 넣곤 했다.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사용했고,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샴푸나 세제를 고체 샴푸나 세제로 바꾸었다.
솔직히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더 많이 움직여야 했고,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를 참아 내야 했다. 하지만 금세 익숙해졌고, 가족의 생활은 단순하지만 더욱 풍요로워졌다."
- 75, 76면




*** 출판사 베틀북이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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