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의 바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3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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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헤티를 몽상가라고 했다."
- 첫 문장


작고 외딴 섬 모라.
열다섯 살 헤티는 1살 때 폭풍으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산다. 헤티는 바다의 속삭임을 듣는다. 바다유리(깨진 유리 조각이 파도와 모래에 깎여 20~30년 후 매끈하고 영롱한 불투명한 보석처럼 되는 것)를 통해 어떤 형상을 본다.

그런 헤티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바다유리로 무언가를 본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아이의 단순한 상상력쯤으로 치부한다. 헤티를 몽상가나 이상한 아이, 불안한 존재로 보며 배척하고 멀리하기도 한다. 반면 헤티의 할머니는 헤티의 능력을 인정하지만 세상이 이런 특별함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헤티를 더 보호하려고 한다.

헤티는 예민한 소녀다. 마을사람들의 이 모든 시선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지만 그래서 더 외롭고 혼란스럽다. 자신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니 얼마나 외롭고 불안할까. (그래서인지 잘 먹지도 않고 까칠하긴하다^^;;) 하지만 헤티는 오히려 이 어려움을 자신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삼는 당찬 아이다.

100살이 넘어 섬에서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인 퍼 노인과 헤티는 앙숙지간이다. 퍼 노인은 헤티를 경멸하듯 바라보기 일쑤고 중2병에 걸릴 나이라 그런지 헤티도 지지 않고 할 말을 다 한다.

"하긴, 그러고 보니 넌 내 말을 듣지도 않았지. 안 그러냐? 넌 한 번도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은 적이 없어. 네가 내 말을 제대로 들었다면 말이다, 나는 바다유리인지 뭔지 하는 시답잖은 생각을 네 머릿속에서 당장 몰아냈을 거다."
"그리고 영감님의 엉터리 생각들을 제 머릿속에다 집어넣으셨겠죠."
96, 97면

그러던 어느 날, 거센 폭풍이 불고 작은 배에 탄 노파 한 명이 섬에서 발견된다. 퍼 노인은 사흘 연속으로 같은 꿈을 꾸었다며 모라 섬을 향해 악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해왔다. 폭풍으로 섬의 자랑인 배가 부서지는 등 모든 사태의 원인을 노파에게 돌리며 노파를 섬의 적이자 악으로 규정한다.

"어둠 속으로 돌아가라, 이 마녀야!"
114면

하지만 헤티는 바다유리로 노파의 얼굴을 본 적이 있기에 정성을 다해 그녀를 돌보고 결국 살려낸다.
"죽으면 안 돼요. 절 찾으러 오셨잖아요."
117면

노파는 헤티가 운명적으로 이끌리는 사람처럼 등장한다. 이렇다할 서사 없이 노파를 감싸는 헤티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결말에서 의문점이 해소되며 스토리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속삭임의 바다》을 읽고나니 단어 하나가 남는다. 편견이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은 작은 사회를 하나로 강하게 결속시키지만 외부 세계와 교류가 제한되기 때문에 획일적인 가치관과 경험적 오류가 자리잡기 쉽다.

《속삭임의 바다》 속 어른들의 모습이 그랬다. 젊은 세대를 포용하지 못하고, 연륜으로 결정한 자신들의 선택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익숙한 방식을 고집한다. 정보가 부족하니 고립되고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여 더욱더 편견이 강화되는 악순환에 빠진 섬 사람들 같았다. 게다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무시하며 소통이 단절되는 모습도 자주 등장했다.

반작용으로 섬과 바다는 헤티의 도전을 촉진하는 매개체로 작용한 것 같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좁은 섬을 떠나 바다 건너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 것이다. 끊임없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변하는 바다, 헤티는 그런 바다를 보고 들으며 점점 바다처럼 도전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숙해진다.

내가 《속삭임의 바다》 속 어른이었다면 헤티를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지 상상한다. 헤티처럼 우리 아이들도 저만의 소중한 달란트를 품고 있을텐데 고정관념과 신념으로 아이들을 제한하며 주체적인 결정을 막고 있는 섬 같은 부모는 아닌지 뒤돌아본다.

다름을 존중하고, 고립되어 정체되는 것을 경계할 것.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 것.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며 도전을 꿈꿀 것. 《속삭임의 바다》가 전하는 용기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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