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위안 - 어느 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개정판
론 마라스코 외 지음, 김설인 옮김 / 현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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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의 고통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책. 아니,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책.

상실, 실직, 부재 등의 결핍으로 비통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모든 고통에 수긍하면서도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발생한 슬픔을 다룬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적은 없기에 내가 겪었던 모든 상실의 기억과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읽게 됐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땐 분명 내가 고통의 당사자가 되어 저자들이 하는 말에 공감하며 내 상처를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했다. 그런데 채 50페이지를 읽기도 전에, 나도 타인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무책임하지 않게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끝까지 읽게 된다.

고통의 순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 혼란과 그것을 내색하지 못하게 막는 문화적 압박, 본능적으로 생존하고 보호받고 싶어 탐닉하게 되는 것들을 충분히 인정하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고, 그 사실을 인정한 후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발생했던 사회적 죽음들, 그리고 유족들에게 쏟아진 정치적 의도의 폭력들, 비통해 하는 사람들에게 가한 관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유족들이 느꼈을 고통이 현재의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들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았겠다는 짐작을 할 뿐이다. 그들에게 나 역시 한 쪽의 밧줄을 잡고 위로의 말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죽은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죽을 때 소중했던 사람이 있을는지, 죽은 후 나를 그렇게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는지, 그리고 내가 남겨버리고 가면 그 사람 곁에는 그 사람을 위로해 줄 사람이 있을는지 하는 고민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없을 때, 나로 인해 상처받은 그 사람을 적절하게 위무해 달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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