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힘 - 제3의 시 시인세계 시인선 12
함민복 지음 / 문학세계사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 이끌려 집어들게 된 시집. 어떤 것이 말랑말랑한 힘을 갖추었을까 궁금증을 갖고 읽게 된다. 시는 크게 길, 그림자, 죄, 뻘 4개의 주제 아래에 위치하고, 한 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문지 시집과는 다르게 뒤에 해설을 수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 감상하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상상하면 된다. 뒤에 수록된 산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말이 있어 한 번 곱씹어 생각해 보려 한다. 섬이 하나면 섬은 섬이 될 수 없다라는 명제인데, 산문 속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시집에서 크게 눈을 끌었던 작품은 <나를 위로하며>, <옥탑방>, <길 위에서 깔려 죽은 뱀은 납작하다>, <질긴 그림자>, <죄>, <뻘>, <닻>,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였다. 노트에 적어두었다가 몇 번씩 자주 열어 볼 작품들이다. 어떤 시들은 읽으면서 2008년 이후의 사회적 사건과 인물들이 떠올랐는데, 놀랍게도 이 책의 초판 발행일은 2005년이다. 내가 사는 시대는 시간을 달리해도 공통적인 문제가 늘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씁쓸해졌다가도, 작가가 포착한 문제와 그에 대한 시선이 시대를 아우르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작품들은 마음에 와 닿지 않지만, 제목의 힘과 작가가 산문에서 던지는 명제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시인의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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