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박경리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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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는 것은 작품을 통해 만나는 것이 좋을 때가 많지만 예외인 경우가 있다. 작품을 읽고 나니 작가의 사상을 더 알고 싶을 때. 고인이 되셨지만 다행스럽게도 박경리 선생이 1992년부터 93년까지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창작론 강의를 하셨던 것이 책으로 출판돼 있었다. 문학이론서를 공부하겠다는 의도 없이, 선생은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남기셨을까 막연한 궁금함에 우선 책을 구입했다. 책장을 넘기고 몇 챕터 읽지 못하다가 아마 5년 넘게 책꽂이에 꽂아만 두었을 것이다. 옆의 책을 집어 들다가 슬그머니 도로 넣고, 이 책을 잡아 읽기 시작했다.

창작론 강의라고 하였으니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시간을 들이고 곱씹으며 수업으로 들었을 테고, 나는 시간을 압축하여 선생의 말씀을 책으로 만났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밝혔듯 선생은 문학은 체계적인 학문이 아니며, 작법 비기를 얻길 원했다면 그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선생의 신조는 틀을 깨라는 것이다.

대신에 생명에 대해 문학에 대해 깊은 통찰과 사유를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남기셨는데,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한 말씀 뿐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을 위한 말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말씀 같기도 하다. 인상적인 구절이 많아 책에 밑줄을 치면서 읽었는데, 책장을 덮고 되짚어 보니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인간이라고 교만하지 말 것, 생명을 소중히 여길 것,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살아있다는 실감, 틀 안에 갇히려 하지 말 것, 테두리를 거둬내고 상상하고 창조하라는 말씀이다. 삶이 그러하듯 문학은, 그 안에 등장하는 인간은 입체적이기에 평면적인 것을 거부하고 가로 놓기와 세로 놓기를 해보라는 말씀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글을 쓰지 않더라도 삶을 바라볼 때, 작품을 읽을 때, 살아갈 때, 인간과 관계를 맺을 때 모두에 통용될 수 있는 고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입체적 균형 잡기이기에 균형을 잡기 위해 생동하는 긴장이 유지되는 것이라 하셨는데, 분명 삶 속으로 가져와야 할 말씀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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