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있어서 내가 가진 걸 잠시 내려놓고 쉴 수있었다. 그리고 산이 있어서 삶의 어느 시기보다 열심히 살 수 있었다. 생의 그 어느 순간보다 빠르게 달렸던 곳도 산이었다. 산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산이기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산으로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에 이어 산에서 도망치고 싶은날들을 통과했다. 산에서 나는 기뻐했고 슬퍼했다. 사랑했고 미워했다. 그리고 그 모든 마음은 부정할 수 없는 내 것이었다.
고요하게 겸허하게 오르는 산이 좋다. 들뜬 나를 차갑게 하는 그 산이 좋다. 하지만 치열하게 맹렬하게 오르는 산도 좋다. 처진 나를 뜨겁게 하는 그산도 좋다. 내면을 향하는 산도 좋고 바깥과 소통하는 산도 좋다. 두 개의 산을 오고 가며 나는 이제 서서히 나에게 편안한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 같다.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