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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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기 위해 피우는 불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섬뜩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일본 소설이기 때문에 책 곳곳에 일본 문화가 스며들어있지만 동양의 정서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 같다특히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고범죄의 양상은 더욱 흉악하고 잔혹해져 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어나는 지경에 도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상으로는 청소년 범죄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인간 본성의 잔혹함을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아이들은 어른 세계의 축소판 이기도 하거니와 도심과 같이 넓고 큰 사회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인간 관계 형성이 한적한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그것도 아이들에게서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 오히려 그 관계가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


책의 주인공 중학생 아유무는 아버지의 직업상 잦은 이동으로 도심에서 마을로 이사온 인물이다남자 아이들은 총 6명 밖에 없는데 그 중 반의 중심인 아키라와 언제나 아키라에게 희롱당하는 인물 미노주가 대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아이들은 줄곧 참새잡기저승님회전판과 같은 놀이를 한다어떤 놀이든 마찬가지지만 회전판놀이에서 아키라는 미노주에게 속임수를 써 언제나 패배하게 만들어 괴롭힘을 당하게한다


아유무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그 아이의 시선으로 평화롭고 한적하기만 한 여느 시골마을처럼 보이지만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는 폭력이 서서히 소설을 잠식해나간다도심에서는 방관자로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었지만 작은 이곳에서는 역할이 분명하고 뚜렷해지기 때문에 방관자가 가지고 있는 잔인한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사회 구성원 중 희생양이 되는 걸 피하려고 하고, 선정된 희생양이 괴로워하는 걸 자신도 모르게 은근한 쾌감을 느끼는 방관자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들은 직접 가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신을 합리화 하며 안도한다. 그래서 소설은 방관자를 더 악랄하고 냉혹한 인물로 그려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은 생각지 못한 엄청난 반전을 가지고 있다. 평범하지만 마음 아픈 이야기가 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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