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차별 - 취재 중에 만난 차별과 혐오의 얼굴들
전혼잎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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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6년차,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여직원'이다. 처음엔 남초부서에 여자가 들어왔다고

걱정하는 말이 절반 이상이었고, 중반엔 여자가 와서 일꾼이 없어졌다는 의미였으며, 마지막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최근에 듣고 있다.

여자, 그 단어는 심플하면서도 많은 수식어를 갖고 다닌다. 꼬리달린 그녀, 맞담배 피는 그녀, 치맛바람의 그녀.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많은 그녀들이 계시다. 나 역시 그녀들의 뒤에서 수군덕 대는 한 사람이었고 그녀들의 수군덕거림의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그 역시 무의식적인 차별이었음을.

꼬리달린 그녀가 일을 잘하는 것은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우리 회사의 맞담배녀는 '베짱도 좋다'는 직원들의 수식어가 붙었으나, 일 하나는 기깔나게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어딜가든 맞담배녀가 될 것이다. 여자는 차를 타야하고, 담배는 금녀의 공간인 흡연실에서 금지일테니까.

그래서일까. 작가가 읊어내리는 여러 사례 속 주인공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끼부리며 정보를 얻어내기 쉬울거란 동기의 빈정거림, 성폭행 사건을 보며 여자가 여지를 줬겠지라는 뒷 말들. 언제부터 이 사회에서 여자에 이렇게 수식어가 많았을까.

기성세대가 구축한 사회체계에서 요즘의 '요새 아이들'은 '남녀차별이 없는 성평등한 사회'를 배우며 자라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은 여전히 남성 우선이고, 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며, 여자의 적은 여자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수 있겠으나 다른이들에겐 끼부림이고, 선을 넘는 행위이고, 여지를 줘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그 행동을 인식하는 판별기준을 만든 사회는 암묵적으로 우리에게 차별을 가르친 것이다.

성 문제 외에도 작가는 여러가지 사회적 차별을 다룬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문제 역시 인상깊다. 우리는 그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지만, 우리 역시 다른 나라에서 우리가 바라봤던 그 '눈'으로 시선을 받고 있음을. 뉴스에서 나오는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선 분개하면서, 우리가 해오는 'oo인'이란 단어는 차별이 잠재되어 있는 말임을 우리는 왜 몰랐을까.

전혼잎 작가. 기자인 그녀는 직업답게 필력이 깔끔하다. 간결한 문장들 속에서 메세지를 던진다. 우리가 해왔던 행동, 그러한 수식어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지나왔던 발걸음들이 가장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가장 보통적인 반응들이었지만, 알고보면 가장 차별적인 행동이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급격하게 발전해버린 한국의 사회속에 내실의 발전이 문제되는 이 시점, 저조한 출산율로 인해 이주 노동민에 대한 뉴스의 빈도가 높아지는 이 시점. 속도는 비록 늦더라도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다시 한 번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이 시점에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글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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