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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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추위에 힘들어하는 인간들을 위해 불을 훔친 그는 제우스로 부터 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견디어 낸다. 그 자신의 행동에 후회따위는 없다. 신념에 의한 행동이었기에. 여기, 또다른 프로메테우스가 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이 책은 우리에게 '핵'이라는 시대를 바꾼 물질을 가져다 주었지만 제우스와 같은 세력으로부터 버림받고, 그러나 기억된, 로버트 오펜하우머의 이야기이다.

자서전이 아닌 평전이기에 제목부터가 프로메테우스로 지어놓은게 아닌가 싶다. 20년간 그를 추적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거리를 둔 글이지만 그 누구보다 오펜하이머에 대해 객관적이고 날카롭게 써 놓은 이 글에 저자들이 얼마나 오펜하이머에 대해 관찰했는지 그 노력이 느껴진다. 오펜하이머의 가족보다 오히려 그를 가까이서 잘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 과정을 오롯이 담아낸 이번 글은 오펜하이머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이 아닌 그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고찰이 담겨있다. 지도교수를 독살하려던 것이라던가, 아이슈타인과의 만남을 통한 자괴감. 국가에 대한 헌신과 그로인해 돌아온 국가의 강압까지. 그 모든 것을 견뎌낸 오펜하이머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슈타인이 모든 것을 개발하지 않았다. 당대의 천재, 아이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만남은 물리학과 양자역학의 만남이라는 학문적 결합을 성사시켰고 그로 인해 탄생한 '핵'은 '히로시마 원폭'부터 시작해 인류 역사가 '핵 우산'의 시대로 변형되는 계기가 되었다.

부국강병, 국가를 위해 노력했던 오펜하이머였지만 노동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책임졌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핵이 전쟁의 핵심으로 사용되는데 죄책감을 느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에서 원폭으로 인해 무고한 목숨들이 많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더욱 회읙마을 느꼈고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이후 프로젝트인 수소폭탄 제조에 반대하였다. 이는 오펜하이머가 국가로부터 영웅대접을 받는 데 종결점이었다. 냉전의 극치인 시기에 '무기 제조 반대'라는 기조를 내건 오펜하이머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국가 정보기구로부터 사찰을 받는다.

영웅에서 역적으로, 최고에서 제일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당시 상황이 그렇기도 하였지만 인류애를 지키고 학문의 본디 목적인 '인류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인류 공멸'로 자신의 발명품이 쓰이는 것을 보고 죄책감을 느낀 오펜하이머는 진정한 학자가 아닐까. 단지 그에게는 시기를 잘못만난 불운이 따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의 행보로 바라보았을때 학자의 역할과,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연 진정한 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소련의 스파이로 몰리고, 후두암으로 생을 마친 오펜하이머. 그가 발견한 '불'로 그는 '발전의 길'을 걸으려 하였으나 모두가 '불타 죽는'길을 걸을까 그는 반대를 외쳤고 그 자신은 그로인해 죄에 대한 벌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그의 행보와 역할에 대해 시대는 재조명한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불을 발견한게 인류 발전의 1.0, 석유의 발견이 2.0이라면, 핵발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3.0의 시대의 창시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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