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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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녀의 그림을 어디선가 접했을때, 기시감이 들었다. 짙은 눈썹이 이어지질 않나 뭔가를 뚫어지게 쳐다보질 않나, 몸의 뼈는 드러나 있었고 그림으로 위안을 받기보다 그림을 보고 무서움이 더 컸다. 그렇게 프리다칼로와 나의 첫만남은 시작되었다.

프리다칼로의 처음은 그림이 아니었다. 5자매의 아버지는 프리다에게 아들로서의 기대를 가졌고, 그 당시 딸이라면 못갔을 학교를 다니며 의사의 꿈을 꾼다. 하지만 소녀의 꿈은, 아비의 꿈은 18살에 일어난 사고로 처참히 무너진다. 남자친구와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전복사고가 일어나며 프리다는 생사의 경계에 있었으나 기적처럼 살아났고 이 일을 계기고 우리가 알고 화가 '프리다'가 다시 태어났다.

한 번의 사고는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겼다. 서른 여번이 넘는 대수술로 인해 망가진 몸, 유산, 정신적으로 매말라가기까지.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를 위해 택한 남편 리베로는 시대의 화가였으나 시대의 호색한이었고, 프리다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했떤 그림에 자신을 투영해 붓을 잡으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먼저 건넨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그림에는 프리다 자신의 얼굴이 많이 나타난다. 사고의 기억을 떠올린 습작에서, 첫사랑을 유혹하기 위한 그림, 남편 리베로와의 그림 심지어 남편의 지원을 중단하고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판매용 그림에서 조차 그녀는 등장한다. 하지만 일관적인 것은 그녀의 눈빛은 결코 비관적이지도, 안쓰럽지도 않다. 다만 그녀는 쳐다본다. 마치 그녀 앞에 거울이 있어 그녀 스스로를 쳐다보는 것 처럼.

별도의 미술수업을 받은 적이 없기에, 프리다칼로는 자신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작가들의 화풍을 이어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첫사랑 알렉한드로를 유혹하기 위한 그림 '벨벳드레스를 입은 자화상(1926)에서는 반고흐의 그림도 보이고 모딜리아니나 보티첼리의 느낌도 엿볼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프리다의 그림은 점점 더 대담해져간다. 남편의 계속된 불륜과 유산으로 지친 자신과 자신의 원형을 이은 '두명의 프리다(1939)'나, '숲 속의 두 누드(1939)'는 그림을 통해 위로 받는 자신 스스로의 모습을 나타낸다.

긴 고통을 겪은 뒤 자신 스스로 정립할 것임을 나타낸 '짧은 머리를 한 자화상(1940)'은 프리다의 굳은 의지가 보였다. 영혼의 사랑은 리베로요, 자신과 떼어놀 수도 없을 것이고 그와 함께하는 한 정신적인 고통은 계속될 것이고 죽지 않는 이상 육체의 고통 역시 계속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 그림 한장은 앞으로 나아갈 프리다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프리다는 나중에 더 이상 자신이 투영된 세계를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열정의 색, 빨강색이 있어 택한것인지 수박을 그려낸다. 자신의 고향, 정서의 근원 멕시코의 타오르는 대지 위에 있는 수박들을 생동감있게 그려내면서 삶의 의지를 다시 되세긴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프리다 칼로. 그녀는 죽기적까지 '인생이여 만세'라는 그림을 그리며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충분히 좌절하고 그만두고 싶었을 삶이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붓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시간이 지나 다른이들에게도 감사와 위로를 전했던 프리다. 그림이 더 이상 단면위의 색의 조합이 아닌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유기체적 존재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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