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친코 이후 우리나라를 다룬 이야기들이 많은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이민진 작가의 다른 이야기,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부터, 'H마트에서 울다', '사금파리 한조각' 등, 한국 특유의 정서를 다은 이야기들은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고, 여기 그 또다른 이야기가 있으니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

예전 어디에선가 우리나라가 '토끼모양'을 한 나라라고 배웠던 적이 있다. 블라디보스톡 방면으로 난 길쭉한 땅은 토끼의 귀요, 서해로 난 곶은 토끼의 앞발이라는 이야기. 이 것이 '식민사관'에 기인한 교육임을 알고나서 들은 이야기는 우리가 발딛인 이 곳은 '호랑이의 나라'라는 것이다.

사극 속 한번 씩은 등장하는 호랑이는 민초의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우리와 함께한 동물이기도 하다. 전래동화에서 등장한 호랑이들은 무섭기도 하지만 의를 나누느 형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이 이야기의 도입에서 나타는 호랑이도 마냥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한겨울, 산속에서 길을 잃은 일본군들을 노리던 호랑이에게 '멈춰'라며 팔을 벌린 사냥꾼으로 부터 모든 인연은 시작된다. 그를 살려낸 야마다 겐조는 사냥꾼에게 '담뱃갑'을 주었고, 일본군의 통역을 하던 이는 총을 맞아 명을 달리하였으나 사냥꾼은 살아남게 된다. 죽은 이의 시신을 거둔 사냥꾼에게 평양 기생 은실은 자신의 정인으로 부터 받은 반지를 건네게 되고 이 반지는 돌고돌아 여주인공 옥희에게 온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는 열 손가락 안에 모든 이들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담뱃갑과 반지를 매개체로 엮인 이들은 모두가 '야수'였다. 식민치하,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이들은 모두가 각자의 기준에 맞춰 살아남고자 노력했고, 사랑했고, 슬퍼했다.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인물들의 삶 중 평탄한 이는 그 하나도 없으나 그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다만 살아내려 노력하고, 숨죽인다. 서두의 언급했던 다른 이야기들이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이 이야기는 당대를 살아냈던 '야수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처절하지만 용감하게 살고 기품을 잃지 않는 모습이 호랑이를 닮아서일까, 작은 땅의 야수들. 제목의 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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