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볼 때 그런 말을 자주 접했었다. "여자들을 위한 캐릭터는 없다"고. 그래서일까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여자들의 사랑을 조명했기 때문인지 많은이들이 찾았고, 여자들의 우정을 볼 수 있었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는 파생으로 "스트리트맨파이터"가 아닌 "걸"들의 이야기를 연달아 방송했다. 작년 영화계에서 작지만 주목받았던 "세자매"는 코로나 시국으로 많은 이들이 찾진 못했도 입소문을 탔으며, 그 영화를 주연하고 기획한 배우 "문소리"는 세상의 언니들에게 찬양을 보내며 우리딸들의 미래가 밝다고 하였다.

세상에는 많은 언니들이 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지만, 여자가 믿을 구석은 "내언니"인 것 같다. 여고를 나오면서 치열한 "적"들과 마주했지만, 그 와중에 내 기댈 곳은 "언니"들이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나눈 언니는 혈육의 언니 못지 않은 힘을 주었고, 그 힘으로 우리 "딸"들은 살아가고, 버텨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자들의 서사는 아직 비중은 적다. 여러 배우들이 말한 것처럼, 대중문화계에서 여성을 조망하는 일은 드물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동생, 혹은 매력적인 남자주인공을 두고 대립하는 여자주인공과 서브여자주인공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우리 문화의 키워드이다. 클리셰적인 요소들이여도 몇십년이 지나도록 고정되어온 여자들의 역할과 이야기.

저자는 그런 이야기들 속에 꽃 핀 "찐"들을 꼽아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빨강머리앤에서, 작은아씨들, 동백이, 스우파까지. 저자의 이야기속 여자들은 우리가 알던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의 종류와는 결이 다르다. 스스로 쟁취하고, 일어서며,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마치 노래가사처럼, "끝내 이기리라". 우리가 그냥 접했던 친숙한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는 여자들의 우정을 살피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사회 속 여자들의 우정을 짚는다.

그 글들 보면서 프레임의 역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역할'이란 프레임. 많은 언니, 딸, 동생들이 프레임에 갇혀 굴복하기도 했다. 그 프레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우유 광고 뿐만아니라 일상에서도. 출산율이 낮으면 여성들의 출산을 독려할 정책을 마련해야한다고 하지만 여성을 위한 정책은 없고, 그런 정책이 발표되나 싶으면 남성들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아직까지 계속되는 남녀 성대결, 여성의 역할이란 속박에서 "김치녀", "한남"이란 비속어가 사용되는 와중에 많은 서사들 역시 남자들의 찐우정, 소위 브로맨쉽을 조명하는데 바빴으니 이번 책이 반갑다. 한켠에서는 여성서사가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하지만, 좀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와 용기를 주길 기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