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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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한창 유행하던 모 메신저를 사용할때였다. 메일이 갑자기 많이 왔길래 무엇인가 하고 봤고 성인음란물이 버젓히 와있어 충격에 며칠 밤을 지샜었다. 이제와서 친구들끼리 얘기해보면 그런일을 당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리에서 잊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린마음에 ‘아, 이건 외국의 일이야. 우리나라는 이렇지 않아’하고 자기합리화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다들 동조하였다.


잊혀였던 옛 기억이 다시 생각난 것은 지난 겨울, 소수의 언론에서만 보도되었던 ‘n번방’의 실체를 알고 나서였다. 여성, 아동청소년을 협박, 유린하고 물리적으로 ‘감금’하여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하고 ‘구매’한 이들. 피해자 역시 우리의 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가해자 역시 사회에서 평범한 구성원들이었다.


이들의 실체를 밝혀낸 ‘불’과 ‘단’역시 우리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취업 스펙을 위해 공모전을 참가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그들이 접한 것은 차마 범접하지 못할 만큼 위협적이고 어두운 현실이었다.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진실이 놓여져 있었지만 그저 평범했던 이웃을, 피해자를 1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매일, 그곳에서 모니터링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


불꽃단은 말한다. 혼자가 아니고 둘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페미니즘 스터디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혼자가 아니고 연대 해야 함을,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지금은 작아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데 이 들 역시 말한다.

‘연대의 힘’


또한 그들은 말한다.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 아닌,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나은 사회적 문화가 조성되기를, 디지털 성범죄 문화가 해체되기를, 그리고 범죄자들이 합법적인 처벌을 받기를, 그런 곳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기를.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들의 노력에 비해 사회는 변한게 없어보인다. 예전보다 아주조금은 나아졌을지 몰라도 아짂가지 현실은 여성의 성상품화와 물밑에서의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꽃‘단’의 순수한 불빛이 계속되어 언젠가는 사회가 바뀌어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p.s.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르는 것은 쉬운 듯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회사.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라고 지칭해 부르고 있지만

현실은 너와 나 각자 개인플레이일 뿐이다.

그럼에도, 함께해나갈 때 사회가 바뀔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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