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마크 갈레오티 지음, 이상원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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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적지 않은 러시아사 통사가 출간되어 있습니다. 시판되고 있는 것을 포함해 과거 출간되었다 절판된 저작까지 포함하면 10권은 넘을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그 분량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인 관계로 입문용으로 읽거나 가볍게 교양용으로 읽을 만한 저서는 『이야기 러시아사』나 『러시아사 100장면』 정도 외에는 초심자가 읽는데 다소 인내심을 요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통사보다는 개별 소재(소비에트 작전술과 그 배경)에 집중하는 사람이라 통사류는 많이 읽지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사라는 더 큰 맥락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 나름대로 읽었다고 자신합니다.



대체적으로 그러한 통사류가 다소 옛날 시기에 출간된 관계로, 이번에 출간된 영국 저자인 마크 갈레오티의 저작은 괜찮은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제 A Short History of Russia인 이 책은 바로 작년인 2020년에 출간된 관계로 이제까지 서구에서 축적된 러시아사 연구경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판 제목대로 "짥고 굵은" 통사입니다. 300쪽도 되지 않는 분량에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접할 수 있는 정보량이 결코 적지 않은 이 책은 키예프 루시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러시아사를 정치사 위주로 빠르게 흩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서술의 내용은 짧고 문장도 어쩔 수 없이 단정적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알찬 내용이 압축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피식 웃게 하는 저자의 위트 덕에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공과 차르와 서기장과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의 치세에 대해 다루는 전통적이지만 그래서 익숙한 방법을 취하여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도 빠르게 이 책의 내용을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아쉬운 것이라면 책의 군데군데 "왜 현대의 러시아는 우리(서방)에 적대적으로 행동하는가?"라는 틀 안에서 러시아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러시아에 대한 서구의 타자화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러시아를 러시아 자체로 이해하기 보다는 서구에 대비되는 적대적 존재의 행동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러시아사를 본다는 목적의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타자로서 연구되고 조명되는 것입니다. "아시아적 전제"라는 거슬리는 표현도 보이고요. 서구 저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국내 출간된 러시아사 통사의 절대다수가 서구인이나 한국인 저자가 저술한 것임을 미루어 보면, 그리고 국내의 러시아 관련 보도가 항상 서구 언론을 거쳐서 보도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우리가 그런 저작들을 통해 보는 러시아는 서구세계를 통한 러시아일 뿐 러시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인이 쓴 저작들이 더 많이 출간되면 극히 기울어진 인식의 균형추가 그나마 좀 잡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인명경시"와 "교환비"의 공고하기 이를 데 없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해체하기에는 대단히 늦긴 했지만요.



아무튼 책 자체는 아쉬운 점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볼만한 책입니다. 물론 독자들은 이 책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연구서적들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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