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 세계를 바꾼 사소하지만 중요한 188가지 사건 하룻밤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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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시리즈는 일본에서 시작되어 2000년대 중반부터 서점가에 돌았던 대표적인 대중교양서 브랜드입니다. 대체적으로 가벼운 교양용으로 구성된 이 책들 중 저는 한국사, 조선사, 세계사만 어린 시절에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보면 한국사는 신라 흉노기원설이 유력한 것처럼 달려있고 조선사는 원균옹호론이 달려있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었지요;;

여튼 대체적으로 그냥저냥 볼만한 "하룻밤에 읽는..."는 시리즈 중 대체적으로 거시적인 맥락에서 다루지 않는 미시적이고 소소한 소재들을 다룬 게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입니다. 이미 2005년에 출간된 적이 있으며 여러 차례 재판되었는데 이게 가장 최신의 판본입니다. 시시콜콜해보일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은 탐고하고픈 소재인 음식 등의 작은 소재들을 다루는 이 책은 다양한 주제들을 일종의 다이제스트 식, 박람강기식으로 열거하며 다루고 있습니다.

"하룻밤에 읽는..." 시리즈라는 특성상 정말 하룻밤도 안되어 1-2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간단하게 쓰여져 있어서 기초적인 교양지식을 얻고 싶은 분이 펼쳐보면 나름대로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꽤나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책의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주제들을 다루려다 보니, 각 주제 당 할당되는 페이지 수가 단 두 페이지, 지도가 있는 경우 세 페이지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는 사실 "하룻밤에 읽는..." 시리즈의 특징인 관계로 한국사나 세계사에서도 그렇게 구성되긴 하였지만, 그 책들은 더 작은 폰트를 사용해 제한된 분량에도 비교적 많은 이야기를 담았던 다른 책에 비해 이전 시리즈에 비해 더 큰 폰트를 쓴 이 책의 소재당 서술분량이 더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2005년에 본 기억이고 이후 개정된 판본은 달라졌을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 이후는 이 책들을 안봐서;;)

예를 들어 오호츠크해의 어원을 다룬 한 대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오호츠크해는 겨울철에 아무르강(헤이룽강)이 얼믐이 시레토코 반도에서 네무로 해협에 이르는 광활한 해역으로 흘러드는 '유빙의 바ㅏ'로 알려져 있다. 이 바다는 캄차카 반도와 시레토코 반도를 잇는 쿠릴 열도를 경계로 태평양과 구분된다. 오호츠크해는 수렵민과 어민에 의한 교류의 바다였는데 17세기 무렵 모피를 찾아나선 러시아인이 동시베리아로 진출해 이 땅에 중심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항구 이름이 바다 이름이 되었다.

오호츠크항은 바다로 흘러드는 강 주변에 만들어졌는데 퉁구스계 원주민은 그 땅을 그냥 단순히 '오카타(강)'이라고 불렀다. 러시아인은 그 말을 '사냥터'를 뜻하는 러시아어 '오호타'로 읽고 러시아어의 지명 접미사 '스크'를 붙여 '오호츠크(오호타강의 도시)'라고 불렀다. 그와 더불어 항구 앞에 펼쳐진 바다도 오호츠크해로 불리게 되었다.

서유럽풍의 새로운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고 러시아 해군을 창설한 표트르 1세는 죽기 직전 한 인물에게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미국) 사이에 있느 넓은 바다를 탐험하고 동아시아 해역에 존재한다고 여겨진 금은도를 탐색하라고 명했다. 그 인물이 바로 덴마크 출신 해군사관 베링이다.

그는 배를 만들기 위한 자재를 가지고 시베리아를 횡단해 오호츠크항에서 탐선선을 건조했다. 이후 베링은 캄차카 반도로 건너가 북아메리카 대륙에 이르는 바다를 탐험하고,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 사이에 해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바다와 해협을 훗날 그의 이름을 따서 베링해, 베링 해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출처 입력

이러한 소략한 서술이 책 전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대다수의 소재들이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알 수 있는 것들이라 더욱 아쉬움이 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이 활성화된 이후 책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보다 더 귀하고 심도있는 정보를 주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색 딱딱 몇번 하고 클릭 몇번 해서 아는 것 이상의 정보를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처럼 더 깊은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그다지 즐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간단한 정보라도 검색해서 얻기 보다는 책장을 넘기며 읽는 즐거움과 함께 얻는 분이라면 다과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는 괜찮을 책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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