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캠페인 - 미국을 완전히 바꿀 뻔한 82일간의 대통령 선거운동
서스턴 클라크 지음, 박상현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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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역개루 카페와 모던아카이브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썼음을 알려 드립니다.


로버트 프랜시스 케네디(이하 RKF)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가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이하 JFK) 대통령의 친동생이자 최측근으로 정실 인사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법무장관 자리에 올랐으며,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소련이 그를 JFK의 핵심 측근으로 파악하고 비선 접촉을 하며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RFK는 당시 경험을 다룬 회고록 『13일』을 출간하였고 한국어판으로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RFK가 1968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으며 불행이도 암살당했다는 것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975년에 첫 저작을 출간한 베테랑 미국 언론인이자 논픽션 작가인 서스턴 클라크의 『라스트 캠페인』 (모던아카이브, 2020)은 저의 지적 공백을 매워주기에 좋은 저작이었습니다.


RFK가 대선에 출마한 1968년은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68혁명이 맹렬한 기세로 사회 곳곳을 뒤흔들었고, 프라하의 봄은 바르샤바 조약군에 진압되었으며, 한반도에서는 1.21 사건과 푸에블로호 피격 등의 북의 무력도발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미국 또한 최악의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전은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되었고, 상류계급 사람들은 군복무를 빠져나가며 하층민에게 불리한 징병제도는 격렬한 반전운동을 일으켰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백인 극단주의자에게 암살당하며 흑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2008년에 미국에서 The Last Campaign: Robert F. Kennedy and 82 Days That Inspired America(New York: Holt Paperbacks, 2008)으로 출간된 『라스트 켐페인』은 이 시점에서 RFK는 이 시점에서 민주당 경선출마를 선언한 RFK를 자세히 보여줍니다. 저자 클라크는 RFK의 경선출마부터 그가 6월에 암살당할 때까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그의 선거운동과 연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RFK가 암살당한 후 미 전국을 뒤덮은 추모 열풍부터 시작하며, 어쨰서 RFK가 그렇게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을 수 있었는지 그의 선거운동 과정을 재구성하며 보여줍니다.

클라크가 중점에 둔 것은 RFK가 보여주는 무모할 정도의 솔직함이었습니다. 클라크의 책에서 재구성된 RFK는 핵심 지지층을 어떻게 챙길 것인지, 민주당의 핵심 표밭에서 기존 표가 이탈하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는 솔직히 느낀 대로, 생각한 대로, 자신이 믿는 바를 사전에 계산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갈파하였습니다. 빈민가의 끔찍한 현실에 눈돌리지 않고 그곳으로 가서 눈물을 흘리고, 그 또한 백인 도련님에 불과하다며 증오심을 드러내는 흑인들과 한 자리에서 킹 목사를 같이 추모하여 인디애나폴리스의 흑인 폭동을 진정시키고, 대학생의 징병유예를 대학생들 앞에서 비판하며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에 당장 무력보복을 가해야 한다는(아마 푸에블로호 사건 떄문?) 상류층 대학생에게 "먼저 입대하세요."라고 하는 신랄함을 보이는 사람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힘들고 짐진 자들의 친구이자, 그들의 삶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으로 나옵니다.


책 속의 RFK는 절대 보좌진들이 꾸미고 이것저것 고려한 연설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보좌진들의 우려를 살 정도로 즉흥적으로 발언하고, 그것에 마음을 담으며, 뛰어난 유머감각 덕에 반대자들도 비호감을 품지 않게 만드는 사람으로 재현됩니다. 그의 행동은 어느 계층에서건, 그를 위대한 정치인 "바비(로버트의 애칭)"로 보며 찬성하건, 그저 철모르는 이상주의자 도련님으로 보며 반대하건 간에 충분히 진정성 사람으로 비춰지는 모습이 책 속에 드러납니다. 그 점에서 RFK가 정말 책에 묘사된 것처럼 오직 심장만으로 즉흥적으로 행동한 건지, 아니면 그 즉흥성도 극히 정교하게 계산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RFK의 열띤 모습이 책 속에 워낙 생생하게 드러나는지라, 감정이입을 잘 하는 독자분은 책 속의 RFK 지지자들처럼 "바비!", "우리는 바비를 원한다!"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책은 논픽션이지 연구서가 아닙니다. RFK가 당시 구사한 선거전략과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보다는, 그가 보여준 열정에 뜨거운 감각을 느끼는 걸 더 선호하는 사람에게 맞는 책입니다. 그만큼 논픽션의 가장 큰 미덕인 현장감을 갖춘 책으로, 당시의 열기를 느끼고 싶은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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