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191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아널드 베넷 지음, 이미숙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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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다. 시간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해서 많이 기대했는데, 그렇게 좋은 책은 아니었다. 나는 단순히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라, 시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소중함, 그리고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가를 말해주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상대성이론이랑 엮어서 시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던가 그런 책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었다. 하루 1분 1초도 너무 소중하니까 제발 열심히 살아라!!!

 그리고 초판본으로 구매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번역이 정말 별로다... 그 어색한 번역투가 그대로 책에 남아있다. '그러니 지금은 부디 신문을 사서 기차에 올라주겠는가?' 약간 이런 문장들. 아예 못 알아듣겠는 건 아닌데, 우리나라 말투가 아닌 느낌의 문장. 그래서 읽으면서 몰입이 좀 안 됐다.

 나름 읽으면서 깨닫고 느낀 점도 있고 싸게 산 책이라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남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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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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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즈음이었다. 삶을 바꿔야 겠다고 결심하고 이것저것 계획을 세울 때였다. 독하게 마음 먹고, 열심히 살자하며 어깨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일어나서 스마트폰하고, 그러다 하루를 날리고. 그렇게 살기 일쑤였다.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해질 때 즈음에, 이 책을 읽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이 때가 내가 처음으로 책에서 해결책을 찾은 순간이었다.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치'

 제발 아침에 일찍 좀 일어났으면. 제발 일어나서 스마트폰 좀 안했으면. 그런 마음으로 책을 폈다. 1,2,3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볼 것도 없이 2장부터 읽었다. 습관설계법칙을 알려주는 챕터가 2장이기 때문이다. 2장의 초반부에서 책은, 인간은 의지력으로 모든 걸 행할 수 없다. 의지력이 높아보이는 인간은 그저 그 행동을 하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그걸 습관화했을 뿐이다. 라고 말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의지력이 약해서 이런 게 아니라구? 위로 받는 기분에 진정된 마음으로 책을 계속 읽었다.

 

첫번째 습관설계법칙: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배열하라

내가 원하는 습관을 이룰 수 있는 공간에서 생활하라는 말이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멀리 치우고, 성공하고 싶다면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만나고, 부도덕한 일이 벌어질 상황에 애초에 가지 않고. 인간은 결국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인 걸 인정하고, 의지력에 기대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 동의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그럼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저 멀리 치워야 하는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번째 습관설계법칙: 적절한 곳에 마찰력을 배치하라

 원하는 습관을 가까이하기 위해 마찰력을 줄이고 원치 않는 습관을 멀리 할 마찰력을 만들어라.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들은 침대 머리 맡에 두고 자자. 멀다는 핑계로 자꾸 운동을 미룬다면 가까운 헬스장으로 옮기자. 스마트폰으로 충동구매를 한다면 쇼핑몰앱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동저장을 해지하고 앱을 깊숙한 곳에 넣어놓자. 말을 듣자마자 시키는 대로 했다. 당장 그림 그릴 도구와, 다이어리, 노트북 등을 침대 바로 옆으로 옮겨왔다.

 

 3개의 습관설계법칙이 더 있지만 여기까지 실천한 걸로 나는 충분히 효과를 보았다. 워낙 방이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수면잠옷을 입을 수 있도록 머리맡에 수면잠옷을 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할 것들을 배치했다. 그렇게 하니 나는 더이상 이불 속에 누워서 스마트폰만 하지 않았다. 일어나서 수면잠옷을 입고 움직이고, 일기를 쓰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런 나를 보면서 뿌듯했다. 인생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책의 많은 부분을 읽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 적은 내용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됐던 책이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후회하지 않을테니,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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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안티레이디(완결/전8권)
윤지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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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시민인 나는 요즘 계속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많은 걸 누리고 싶고. 그런 게 요즘 내 꿈이다. 그래서 계속 부자가 되려고 머리를 굴렸다. 그러던 와중, 이 책이 길가다 만난 고양이처럼 나한테 다가왔다. 작은 일상 속 행복을 다시 보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나는 윤지운 작가님 작품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윤지운작가 작품을 10번도 넘게 빌려봐서, 결국 만화책을 샀고 지금도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렇게 산 만화 중 하나이다. 안티레이디의 주인공은 세 여자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원이, 작가지망생 지유, 교사인 미연이. 그리고 이원이의 남자친구 김상헌. 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좋은 작품은 나이에 따라, 나의 심리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꿈, 일상, 삶, 돈, 자존심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이번에는 나에게 '소시민적 삶의 행복'으로 다가왔다.

 

작품 속 주인공 이원은 김상헌과 사귄다. 그러던 중, 대형 세무사 집안의 딸 효빈이 김상헌에게 다가가고, 이원은 그로 인해 불안함을 느낀다. 효빈은 이원에게 찾아가 '난 김상헌과 결혼하고 싶다'고 직접 이야기한다. 이유는 '남편이 필요한데 유능하고 야심이 없어서' 그 말에 이원을 화를 내며 어린 나이에 생각이 너무 건조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에 대한 효빈이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순간적으로 나 잘못 걸렸구나 싶지 않았어요? 좋아하니까 감당해줄 수 있는 부채는 어디까지인지 무의식적으로 재어보지 않았어요? 빚만 없으면 괜찮다 하면서 난 조건 같은 거 안 본다, 그렇게들 말하죠? '빚 없으면'은 조건 아닌가요? 빚 있는 사람은 사랑 받을 자격 없다 이건가? 그건 빚 있는 사람 탓이다, 그런 건가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 한다고해서 난 정이원 씨 비난 안해요. 그러니까 정이원 씨도 그렇게 퓨어하게 사랑만 갖고도 배부른 사람인 척 날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누구나 다 조건을 보는데, 주변에서 좀더 세속적으로 사는 누군가를 내가 욕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의사를 만나서 결혼할거다, 돈 많은 남자가 좋다, 그렇게 말하는 누군가를 난 비난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나도 사실 조건을 보는데. 그럴거면 차라리 그 사람들처럼 시원하게 대놓고 드러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런 혼란을 겪게 하는 문장이었다.

 

효빈은 상헌에게 다가가 나랑 사귀지 않겠냐고 묻지만 상헌을 그걸 거절한다. 상헌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난 그렇게 많은 걸 모으고 쌓으면서 살고 싶은 게 아니야. 물론 생기면 좋지, 오는 걸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게, 지금 내가 만족하고 있는 내 생활에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그만큼의 매력은 없어. 네가 가진 현실적인 장점은.'

 

그는 자신이 가진 소시민적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소시민적 삶은 누군가에게 당해야 하고, 아파야 하는 삶이라 생각하던 요즘의 나를 툭 건든 문장이었다. 나는 지금의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돈을 벌고 싶나, 나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바람 잔뜩 들어간 솜사탕 같은 약속이라도 해줬다면 그걸 믿고 의연하고 당당할 수 있었을지도 있지 않느냐고 그런 원망이 없는 것은 안지만 그래도 결국 작고 단단한 신의 쪽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건 그런 이 사람을 좋아하는 내 업보겠지'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서도 뜨끔하며 날 뒤돌아봐야 하는 고작 그 정도인 나. 완벽한 약속은 장담할 자신이 없어 허풍조차 쳐주지 않는 이 사람. 그런 우리가 약속할 수 잇는 것은 고작 그런 정도다. 평범하게 소시민인 우리에게 딱 어울려서 좋다.'

 

여전히 혼란스럽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소시민적 삶인지, 아니면 돈이 많은 삶인지. 글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생각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이 정도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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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 후천적 천재지능 절대영감 이야기
김하준 지음 / 이코노믹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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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갔다 제목이 눈에 띄어서 집어들었다. 자기계발서네. 제목을 매우 잘 지었군. 내가 손을 뻗게 하다니. 그렇게 생각하고 대충 훑어 보았다. 스윽 보다가 '많은 강사와 작가가 한 가지 자원관리만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메모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 독서만 잘하면, 인맥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도발적이라고 느꼈다. 당신은 어떻게 살아오셨나요?라는 궁금증이 들어 앞장의 저자소개를 읽어보았다. 아시아나 항공 인재개발팀에서 일을 했고 퇴직 후 드림마에스트로로 일하고 있다고 적혀있었다. 책 표지 뒷편에는 '천재들의 성공담은 그들의 이야기다. 22년동안 회사밖에 몰랐던 내가 어떻게 나만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라는 문구가 있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빌릴 예정에도 없던 책을 집까지 데려오게 되었다.

 빨리 읽고 끝내야지하고 책을 폈다. 예상 외로 책은 보통의 자기계발서처럼 술술 읽히지 않았다. 화자가 자신의 비전노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자는 비전노트, 메모노트, 독서노트, 인연노트를 만들어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됐으며 이 노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비전노트의 이 칸에는 무슨 내용을 적었고, 저 칸에는 무슨 내용을 적었는지 말이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나를 흥미롭게 했다. 화자가 서문에서 그런 말을 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단순히 '할 수 있어, 잘 해낼거야'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하지만 자기는 책을 덜 팔더라도 좀더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지루했지만 그 진심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나도 한동안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멘토링을 했기 때문에 잘 안다. 멘토링에 가서 내가 1,2시간 떠드는 말들은 대개 두루뭉실하다. 국어는 어떻게, 수학은 어떻게, 영어는 어떻게 했는지 말하지만 말하면서도 나는 안다. 솔직히 이 정도 얘기로는 한참 부족하다. 수박 겉핡기만 했구나. 열심히 하면 돼, 잘할 수 있어. 생각을 바꿔봐. 노력을 하다보면 될 거야. 하지만 어떻게 생각을 바꿔야 하는지, 어떻게 노력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용을 이야기해주긴 어렵다. 강의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그렇게 말하면 대다수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자가 이 책을 진심으로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성공신화를 주욱 늘어놓으며 감동적인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챕터마다 집어넣지 않고, 내가 쓰는 노트를 어떻게 썼냐면 말이야, 여기는 이렇게 쓰고, 저기는 저렇게 썼어. 그리고 나는 이런 걸 시도해봤는데, 이렇게 시도했어. 시도 방식에는 4가지가 있어. 화자는 이렇게 설명했다.이 방식이 지루한 걸 본인도 알 것이다. 절실한 욕구를 가지고 찾아와 강의를 듣는 사람들과 다르게 무미건조하게 책을 집어드는 독자들에게 이 내용이 잘 먹히지 않을 것도 예상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세세하게 모두 적었구나.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지루하면서도 읽는 내내 고마웠다. 굉장히 많이 참고가 됐고 화자가 말한 비전노트를 나도 꼭 적어봐야 겠다고 결심했다.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지루해도,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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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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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달 가까이 책을 읽고나니 괜히 어려운 소설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 집에는 토지 전권이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주신 책이다. 사실상 나에게 주신 유산이라 해도 되겠다. 어릴 적에 할머니 댁에 가서 뭣도 모르고 그냥 책이 주르륵 있으니 예뻐보였다. 그래서 갖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한평생 이 책을 여러번 읽으셨다던 할머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모두 나에게 주셨다. 그게 얼마나 큰 애정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가늠이 안 된다. 자신이 평생 사랑한 책을 모두 줄 만큼 나를 사랑하셨다는 거겠지. 나이가 들고, 할머니께서 떠나시고 난 지금에서야 나는 이 책을 펴본다.

 어릴 적 나는 박경리 선생님 문학관에 간 적이 있다. 초등학생 때 꿈이 소설가였던 나는 문학관과 그 옆 무덤가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이 쓴 문학작품을 보며, 나도 저런 소설가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물론 지금 나는 소설가가 되지 못했다. 그런 추억을 떠올리며 책을 열었다. 책의 첫장을 펴니, 박경리 선생님의 서문이 나왔다. 암 투병 중에 글을 놓지 않고 끝까지 쓴 소설이 이 책이라 했다. 암 투병. 엄청난 두려움과 아픔 속에서 쓴 글이었다. 새삼 박경리 선생님은 태산처럼 큰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꼭 책을 끝까지 읽어야 겠다는 왠지 모를 사명감을 느꼈다.

 토지 1권은 소설에 나오는 전반적인 인물들의 삶을 묘사한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인물 묘사만으로 1권이 꽉 채워진다. 소설의 배경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동에 사는 평범한 농민들과 최참판 댁이다. 최참판댁은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 양반댁으로, 이 근방의 토지는 다 이 집 소유라 보면 된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최참판 댁이 잔인한 행동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는 소문도 떠돈다. 특별히 악독한 집안은 아니지만 차갑고 지체 높은 양반댁이기 때문이다. 이 집의 가장은 최치수이며 가족으로는 그의 어머니 윤씨부인, 부인 별당아씨, 딸 서희가 있다. 집안의 종으로는 구천, 돌이, 삼수, 간난할멈, 봉순네, 연이네, 길상이 등등이 있다. 차갑고 조용한 와중에 종들의 소근거림만이 들리는 최 참판댁에서, 어느 날 사단이 난다. 별당아씨가 종놈인 구천이와 도망을 친 것이다. 마을 전체에 이 소문이 퍼지고 별당아씨와 구천이에 대한 욕설, 카더라 통신이 난무한다.

 마을 농민들은 각자 최참판 댁 땅을 빌어먹고 산다. 예쁘장한 임이네, 막무가내인 양반 남편을 모시고 사는 함안댁, 덕 있게 사는 두만네, 남편의 외도로 애간장을 끓는 강청댁, 동네 미친여자인 또출네, 과부인 막딸네 등이 삼삼오오 모여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수다를 떨곤 한다. 별당아씨와 구천이가 사라진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이야깃거리였다. 동네에 또다른 바람난 사내가 있었는데 그건 강청댁의 남편이다. 강청댁 남편 용이는 어릴 적부터 무당집 딸인 월선네를 사랑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강청댁과 맺어졌다. 오랜 세월을 그러려니하고 살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월선네 주막에서 하룻밤 묵게 된 날 이후로, 결국 바람이 나고 만다. 강청댁은 뒤집어지고 마을에서 또 한 바탕 난리가 난다. 한편, 노름이나 일삼는 한심한 양반인 김평산은 최치수네 재산을 노리고 그 집 종인 귀녀와 무슨 음모를 꾀한다.

 1권의 내용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1권을 읽으면서 내내 박경리 선생님의 표현력에 감탄했다. 쓰는 어휘가 풍부하고, 분위기에 어울리게 소박해서 단어를 계속 입에서 되뇌였다. 유시민씨가 토지를 5번 읽고나면 어휘력이 풍부해진다고 했던 말이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았다. 또한, 그 당시의 여성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진 책이었다. 책 속에서 묘사되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여성의 삶은 정말로 비참했다. 현대의 여성인 나로서는 생각조차 못할 일이었다. 남편의 외도에 분노하는 강청댁을 보며 다른 아낙네들이 여자가 투기가 많아서 못 쓴다고 이야기한다. 노름밖에 하지 않고 자신을 때리기까지 하는 김평산을 함안댁은 모시고 산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은 아무렇지 않고 양반집 부인조차 겁탈을 당한다. 토지를 읽는 내내 당시 여성들의 삶과 남성우월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한 그 시대가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다. 소설 속에 들어가 여성들 모두에게,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저런 게 무슨 남편이라고 밥을 먹여줘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처음에는 마냥 분노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우리는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했던 책이다.

 아직 1권밖에 읽지 못했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깊이 있고 재밌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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