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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 - 악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ㅣ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배기호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평점 :

도덕 시간에 배웠나?
공자왈...
맹자왈...
소크라테스 어쩌고저쩌고...
그런 내용은 인생의 방황기에 접어든 나에게 확 와닿아 나의 인생의 길라잡이가 된 것이 아니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잔소리 같은 것이었다. 시험이 있었기에 그냥 억지로 꾸역 꾸역 머릿속에 넣었다가 그냥 비워버리는 입바른 이론들은 매력 없었다.
그중에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사람은 본래 악하다는 말로 나의 눈이 순간 커지게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이는 순자다.
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사람 안에는 수많은 악마와 수많은 천사와 수많은 회색분자가 공존하는데 난 악마가 더 우세하다에 한 표 던진다.

배기호 교수님? 처음 들어본다. 근데 그의 꿈이 정말 멋있다. 그는 음악과 야구를 사랑하면서 철학의 대중화를 넘어 철학의 일상화를 꿈꾼다. 여전히 교정에 들어설 때 설레는 철부지라고 한다. 근데 철부지가 본인이 철부지임을 아나?
1장 선한 세상을 꿈꾼 순자
2장 <순자> 읽기
3자 철학의 이정표
차례
어쩌다 보니 내가 읽은 첫 번째 동양 철학 책이구나. 논어 책을 사서 구석에 먼지 쌓이도록 고이 모셔두고는 순자를 먼저 읽을 줄이야. 책도 타이밍이 있는듯하다. 누군가 논어를 필사하면 책 읽기가 깊어진다 길에 샀는데 그저 책장의 한편만 차지하고 있구나.
공자로 시작된 유학은 그의 많은 제자들로 하여금 후세에 전달되었다. 그의 맥락을 이은 사람으로 맹자, 장자, 순자 등이 거론된다. 그중에 순자는 논란이 많은 대상이다.
그 당시 책의 편명은 시작하는 하는 단어를 따서 지은 반면 순자는 내용을 함축한 말로 편명을 삼았다. 대화체가 주를 이룬 것에 비해 순자는 논리적인 글 형식의 책이다. 순자는 그렇게 익숙함과 당연함을 거부했다.
순자는 조나라에서 태어나 제나라의 지학학궁의 좨주라는 직책을 세 번이나 지냈다. 이는 순자가 다른 학자들의 존경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뛰어났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유가에서 순자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오히려 배척받는 느낌이 강하다. 왜 그럴까.
순자가 살던 시대는 계급사회였고 농경사회였다.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한 그는 하늘은 그저 자연일 뿐 인식 능력이나 의지 감정이 없다고 말하며 천인상응을 거부했다. 맞다. 자연은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갈 뿐 인간의 노력에 감탄한 하늘이 비를 내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날 때부터 소인이다.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그러나 환경과 욕망 등 어려가지 요인으로 인간은 악해진다. 인간이 악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예와 법이 중요하다고 순자는 말한다. 그리고 유가에서 왕도정치를 말할 때 순자는 필요하다면 패도 정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혼란스러운 인간이 산다. 과연 그곳은 태평성대한 세상이 가능할까? 애초에 태평성대는 한낮 꿈에 불과하지 않을까?
순자는 학문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의 됨됨이를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학문을 쌓으면 군자가 되고 최종적으로 유학에서 말하는 예의 경지인 성인이 되는 것이 그것이다.
유학자이지만 그의 제자인 한비자는 법가 사상을 집대성했다. 그래서 순자는 실패한 유학자로 평한다. 그러나 그 시대에 자신의 이론을 제자에게 가르치고 제자의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제자가 가는 길을 인정해 주는 스승이 있었을까? 지식과 정보는 권력의 상징이다. 그 권력에 반기를 들고도 살아남은 자들이 있었을까?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자연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하라고 말한 순자의 사상은 쉬운듯하면서 어렵다. 그나마 책이 두껍지 않은 것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철학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도 마음의 문제이다. 그저 일상으로 데려와 나의 생활에 녹여보자. 그게 철학의 일상화가 아닐까?
순자는 자신이 살던 시대를 혼란하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혼란을 악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겼다. 그는 세상과 사람들을 관찰한 후, 혼란의 궁극적 원인은 하늘도 땅도 아닌 사람의 욕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51
학문은 도착 시점을 모르며 목적지를 향하는 기자긴 여정이다. 그 길에는 온갖 장애물과 유혹이 도사린다.
p155
순자 사상은 사람 중심의 사상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변화가 무조건 긍정적이고 발전적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야말로 사람 하기 나름이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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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