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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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의 그림을 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떠다니는 모습이 흥미로운 소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허구의 전시관이라는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영화, 유튜브, 등 영상 매체로 허구의 이야기를 접하는 일은 일상적이지만 종이매체로 소설을 접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소설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요?

 

긴 호흡으로 주인공의 다양한 삶을 기대하면서 책을 살펴보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원했던 장편소설이 아니라 7개의 단편소설이 모여 있는 설혜원님의 단편 소설집이었습니다. 단편소설집의 책 제목은 대부분 대표 단편소설의 제목을 앞으로 빼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소설집은 특이하게 허구의 전시관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은 없었습니다. 설정과 등장인물 모두가 다른 7개의 단편소설을 합쳐서 허구의 전시관이라는 주제로 묶인 소설입니다.

 

7개의 단편소설 중 맨 마지막에 있는 소설 . 꽃 피다를 살펴보면요. 왼쪽 눈에 핀 꽃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눈에서 꽃이 피어나는 상상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눈에서 피어나는 꽃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전염병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하고 격리하는 모습이 2020년 코로나의 시대와 뭔가 묘하게 비슷한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에 그 남자는 꽃 속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꽃나무가 됩니다. 그 꽃나무는 국회의사당 뒤뜰에 지은 사랑재 정원에 안치 되는데요. 기와로 만든 사랑재는 외국 대표나 국빈을 모시는 한국 전통 건물로 행사가 있을 때만 손님을 초대하는 곳이지요. 질병이라고 난리 치던 그 사람을 나중에는 대통령이 국내외 중요한 손님에게만 보여주는 봉오리 나무가 됩니다.

 

눈에서 꽃이 핀다는 특이한 상상으로 현실을 풍자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소설은 끝났다고 합니다. 편집된 영상과 빈틈없이 보여주어 생각할 여지가 없이 편하게 즐기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독자에게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만들어주는 소설을 즐기는 인간은 항상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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