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 천자문 - 하늘의 섭리 땅의 도리
김성동 쓰고 지음 / 청년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한자 이름(성(姓) 포함)은 짧으면 두 자, 길면 넉 자쯤 된다. 헌데, 이 얼마 안 되는 글자 안에 깊은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게 우리들이다. 인간 생애에 중요하다고 할 부귀(富貴)니, 장수(長壽)니, 철학(哲學)이니 하는 것들을 두루 함축하는 한자들로써 말이다. 그래서 이름은 기껏 두세 자밖에 안 되는데 별별 의미가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유래가 어찌되었든 간에 지금의 ‘천자문’은 천(千) 글자에 불과하다. 몇 자 안 되기로 유명한 노자 도덕경(道德經)이 오 천 자이고 보면, 천 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인다. 책 한 권 이루는 데 과연 천 자로 가능할까 하는 염려까지 드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천자문을 읽어가노라면, ‘중국의 역사를 비롯해서 천문․지리․인물․학문․가축․농사․제사․송덕․처세․지혜․도덕과 자연현상에,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 제왕의 길과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행정가의 올바른 몸가짐,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형인 군자(君子)의 길에서 식구와 이웃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이르기까지 두루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천 개의 글자가 천지자연의 이치뿐 아니라 인간의 도리까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주 현대적인 천자문 풀이인 ≪金聖東 千字文≫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니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다. 먼저 사언절구(四言絶句)들을 풀이하고, 다음으로 거기에 주석을 붙이고, 더 나아가 그 풀이에 관련하여 나름의 설(說)까지 겸하고 있으니 말이다. 천자문에서 두 술을 더 뜬 천자문이 바로 ≪金聖東 千字文≫이라고 하겠다. 그러니 이러한 망라에 과연 천지자연의 이치, 그리고 인간의 도리 중 그 어느 하나라도 말 안 된 것이 있을까 싶어진다. 더불어, 부록으로 실린 <삼백이십자>, ≪죽서독서록(竹西讀書錄)≫, ≪명물도수(名物度數)≫에 <김화순 인보(印譜)>까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지은이의 조상들―따지고 보면, 우리네 양반들의 사유체계를 한번 엿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