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철학은 나에게 물음표와 동일하다.

사고하는 인간은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를 발견한다.
왜?

"왜?" - 어렸을 때 우리는 우주와 같은 머릿속을 유영하며 끊임없이 물었었다. 왜? [?] 물음표는 요람처럼 나를 태웠다가, 덥석 잡아챘다가, 대롱대롱 매달려 놀게 했다가, 때로는 등을 쿡 치고 달음질 치는.. 종잡을 수 없어 유별나게 재미난 친구였다.

어른이 된 나는 그때만큼 다양하게 묻지 못한다.

그래서 내 삶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눈 감는 날이 하루 줄고,
눈 뜨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날수록 절실하다.

'함께' 하기 위해서.

인간은 계속 두드려 깨우지 않으면, 멈춘다. 거울 없이 내 눈으로 볼 수 있는건 나의 바깥 뿐이다. 주변 풍경이 변하니까 나도 변하는줄로 착각한다. 이전의 사고 그대로에 말주변이 조금 더 늘었을 뿐인 그럴싸한 나를 성장이라 착각한다. 그러니까 자기에 유약을 두텁게 발라 구운 것처럼 사유의 촉수가 뻗어나올 재간이 없다.

사유하는 인간은 늘 묻는다.
왜?
문제를 발견한다.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발견하기 위해 '생각'한다.

상대를 살피기 위해서
미루어 나를 살피기 위해서.
그렇게 너와 나를 헤아리기 위해서.

미리보기 20여쪽에 마음이 동해 덥석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문체의 불친절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댓가를 호되게 치렀지만..) 덕분에 겹겹이 살필 수 있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 휴가라 배짱을 부려보고는 깨닫는다. 확실히 읽기 어렵지만, 일상으로 꽉 들어찬 내 마음이 이것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던 탓이 컸다.

철학은 이렇게 삶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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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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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번 서평은 사칙연산 이야기로 대신해볼까 한다.

더하기( ), 빼기(-), 곱하기(×), 나누기(÷).

셈의 기초인 네 친구들 사이에는 인간관계에 적용해봄직한 규칙이 숨어있다. 같음표(=)를 사이에 두고 한 인간을 보여주는 공식이 숨어있다. 곁에 두고 볼 사람, 멀리 두고 볼 사람을 알아야 할 때, 나는 그의 연산 기호를 찾는다. 어쩌면 셈을 좋아하는 사람들, 어쩐지 셈이 편한 관계들인지라 그것은 일면 재미난 일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 ] 더한다, 보탠다, 늘어난다, 많아진다, 자란다, 피어오른다 ..

같음표를 앞에 두고 더하기는
더하기의 값을
더하기의 말을
더하기의 행동을 내어 놓는다. 꼬옥 맞는 것을 다붓이 놓아둔다.

[-] 뺀다, 덜어낸다, 줄어든다, 적어진다, 쇠한다, 사그라든다 ..

같음표를 앞에 두고 빼기는
빼기의 값을
빼기의 말을
빼기의 행동을 내어 놓는다. 곱하기, 나누기도 마찬가지이다.

더하기( ), 빼기(-), 곱하기(×), 나누기(÷).

이것은 하나의 사고 방식이다.

다른 듯 닮은 우리 삶에서 관계를 두고 벌어지는 마주침 사이에는 각자의 연산이 다르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너의 더하기가 내게는 빼기일지도 모른다. 너의 빼기가 내게는 나누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 네게는 그다지도 쉬웠고, 네게는 별거 아닌 그 한 마디가 나를 잠 못 이룰 쓰라림 속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셈의 기초에 배운, 그토록 손쉬웠던 사칙연산이
이제와 관계의 발목을 잡는다.

더하기인 나는, 나누기인 너를 감당할 수 없다.
더하기의 말로 함께 성장해야 할 때,
빼기의 말로 번번히 발목을 움켜쥐는 너를 오래 두고 볼 자신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의 연산 기호를 찾는다.
무수히 오가는 대화, 그 속에 숨은 수많은 주제들..
그의 기호와 나의 연산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연산과 나의 기호가 부딧히지 않고 마주칠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너의 더하기가 나의 더하기와 만나 웃기를 바란다.
너의 빼기가 나의 나누기 덕분에 그 무게를 덜어내기 바란다.
나의 곱하기가 너의 빼기를 폴짝 일으켜 세우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는 이 세상에 [부딪치고 깎이면서 진짜 사람이 되어] 가며,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나지 않으면 우리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내 좁은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머뭇거리다 뒤돌아서거나 숨지 않고, 전력 질주하여 삶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으면 좋겠다.]

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는 어떤 일, 어떤 사람, 어떤 장소..

그 모든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하는 동생이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책,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예쁜 너의 마음 담겼으니, 아무렴 :D




* [ ]는 책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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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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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겨울은 등을 맞대고 앉았다.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이후의 심신을 달래기 위한 책이었다. 악령 보다 더한 인간의 실체를 마주하고 황폐해진 마음을 위로한 책이었다. 이 책만큼 작가의 의도를 잘 전달해놓은 편집자의 소개가 있을까 싶은 책이었다. 읽는 동안 포~옥 가라앉아 잔잔해진 마음에, 봄볕이 들었다.

무더위가 한창인 홀트는 대드 루이스의 남은 삶이다. 생의 굵직굵직한 기억들이 시큰한 겨울로 더운 마음에 내린다. 어쩌면 생의 겨울과도 같은 순간들이, 내 더운 숨 속에 켜켜이 베어있는 것이 삶의 축복이겠거니.. 멀어져가는 겨울과 함께 시린 기억도 덮어지겠거니..ㆍ

싸리눈 앉은 뺨이 시큰하던 일곱해 전 겨울, 동생이 입대하던 날.. 누야는 말했었다. "적당히, 적당히만 해." "중간만 하면 된데. 잘한다고 나서지도 말고, 못한다고 숨지도 말고. 적당히."

'적당히'

때로 가장 어려운 것은 완급을 조절하는 일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나, 드러내는 일. 그 둘은 모두 어렵다.

이럴 때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인간은 기어코 상대를 할퀴고 망령된 것들은 함부로 내뱉어 더럽혀 놓는다. 주어진 시간, 흔하게는 팔십번의 여름.. 많건 적건 '살았다'. 그리고 살아갈 것이다. 여름과 겨울이 등을 맞대고 앉은 것처럼.. 잔잔하게, 적당히 때로는 격하게.


📖 [내가 저 문으로 얼마나 수없이 드나들었는지. 오십오 년 동안 일주일에 여섯 번씩 오십이 주였소. 한 사람의 평생이나 다름없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게 다예요.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다고요.] [알고보면 많은 일들이 고르지 않은 축복이지요.] [이 특별한 날 이 특별한 장소에 우리가 함께 있도록 해주신 데 대해서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뭘 하실 생각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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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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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게 깊어가는 겨울이다.

이 책은 내게 이것의 존재를 알게해준 이와 꼭 닮았다. 간단한 산수문제로 그녀를 설명해 본다. 그녀(=)는 겨울눈에서 차가움을 (-)빼고 따스한 마음을 (+)더하면 남을 보슬보슬한 감촉을 가진 사람이다. 손 끝에 오래도록 올려두고픈 솜사탕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실은 시중에 출간된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부러 읽지 않는다. 나는 <에세이를 쓴다는 건, '나'라는 구의 중심에 서는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구가 아닌 자가 써낸 글에는 첨단이 있어 어쩌다 만난 문장에 마음을 베이고 만다. 보이는 곳 어디였으면 내 연고라도 담뿍 발라 달래주련만.. 남은 것은 흔적이 없어 달랠 수 없는 상흔이다.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는, 내게 이 책을 빌려준 그녀와 꼭 닮았다. "내 땅에서 너는 안전하다. 안심해라 얘야." 문장 하나가, 눈맟춤에 미소 짓는다. 낱말 하나가, 향을 안고 다가온다.

글이 가진 힘은 그런 것이다. 짧은 눈맞춤에도 온기를, 때론 독기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스며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세우지 않고도 마음 한구석을 물들이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향기가, 때론 그 온기가 너의 마음을 반짝이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에세이를 쓴다는 건, 그런 나를 돌보아 너도 돌보는 일이다. 삶을 살아낸다는 건, 나의 것을 너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살포시 건네주는 일이다. 내 말이 온통 마음을 찌르고 있으니, 모난 마음은 모난 말만 뱉어낸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의 소중한 아이에게 상흔을 남겨 놓으면서..

희게, 더 깊어가는 겨울이다. 어느 시에서 날아 온 '나비' 하나가 홀연히 마음을 달래준다. 그녀가 건네준 작은 책 하나가 지난 상흔 위에 햇살 담은 눈을 덮어준다.

이제 되었다. 나는 다시 내 삶을 살아낼 수 있겠다.




[어둠 없이는 빛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똑바로 응시하지 않는 한, 희망의 본질에서 빛나고 있는 삶의 비밀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는다.] 62p. [나는 누군가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29p. [그리고 그 삶들은 누구 하나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훌륭하게 완결되어 빛난다.]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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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먼트 - 타고난 재능과 열정이 만나는 지점 켄 로빈슨 엘리먼트 시리즈
켄 로빈슨.루 애로니카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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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먼트]는 교육이 아닌 '교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인간은 변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살아가며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변화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그의 본질적인 부분은 결국 변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그래서 자기개발서의 꾸준한 인기가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변하지 않는다면 더욱 '애써' 변해야 한다.

한 개인의 변화로 전체의 큰 그림을 바꾼다는 것.
그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고, 내 이름은 지구의 역사에 자음 하나 남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하고 싶다.' 변화, 그리고 성장.
엘리먼트는 그러한 내게 '발견'의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46. 엘리먼트는 타고난 소질과 개인의 열정이 만나는 지점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것이다.]

[40. 교육은 타고난 재능을 키워주고 세상을 헤쳐갈 능력을 갖추어 주어야 하는 제도다.]
교육의 큰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 개인의 변화는 얼마나 이루어져 왔을까?

나부터 바꿔야 한다.

[201. 자기 자신이 되려는 강한 의지는 불굴의 힘을 발휘한다.]
나는 팔십세까지 자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생의 부조리한 과제들을 마주하며 맹렬히 고민하고 싶었다. 마침표가 있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저 산의 바위보다 짧은 목숨이기에 - 나는 정면승부할 도리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만남이 참으로 반갑다.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 배워야 한다.

내가 되고 있는 어른을 고백하자면 - 이들은 판단하고, 구별짓기를 좋아한다. 닫혀가는 눈으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함부로 재단하려 든다. 엘리먼트를 '발견'해야 한다는 접근만으로도 이 책이 내게 호감을 불러 일으켰던 이유는, 닫혀가는 하루하루에 대한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먼저 살아 온 선배들이 좀 더 넓게 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배우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훈련 해야한다. 끊임없이.

[45. 미래에 대비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최대한 유연하고 생산적인 사람이 되도록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그저 읽는 것으로는 놓치고 싶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모임의 한 분께서 활동 계획표와 참고자료 소책자까지 만들어 주셨기에, 올 해 연말은 나의 동질집단에서 - 엘리먼트 실천과 함께 마무리 하게 될 것이다.

실천편에서 나의 '발견'과 마주할 생각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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