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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평점 :
희게 깊어가는 겨울이다.
이 책은 내게 이것의 존재를 알게해준 이와 꼭 닮았다. 간단한 산수문제로 그녀를 설명해 본다. 그녀(=)는 겨울눈에서 차가움을 (-)빼고 따스한 마음을 (+)더하면 남을 보슬보슬한 감촉을 가진 사람이다. 손 끝에 오래도록 올려두고픈 솜사탕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실은 시중에 출간된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부러 읽지 않는다. 나는 <에세이를 쓴다는 건, '나'라는 구의 중심에 서는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구가 아닌 자가 써낸 글에는 첨단이 있어 어쩌다 만난 문장에 마음을 베이고 만다. 보이는 곳 어디였으면 내 연고라도 담뿍 발라 달래주련만.. 남은 것은 흔적이 없어 달랠 수 없는 상흔이다.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는, 내게 이 책을 빌려준 그녀와 꼭 닮았다. "내 땅에서 너는 안전하다. 안심해라 얘야." 문장 하나가, 눈맟춤에 미소 짓는다. 낱말 하나가, 향을 안고 다가온다.
글이 가진 힘은 그런 것이다. 짧은 눈맞춤에도 온기를, 때론 독기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스며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세우지 않고도 마음 한구석을 물들이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향기가, 때론 그 온기가 너의 마음을 반짝이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에세이를 쓴다는 건, 그런 나를 돌보아 너도 돌보는 일이다. 삶을 살아낸다는 건, 나의 것을 너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살포시 건네주는 일이다. 내 말이 온통 마음을 찌르고 있으니, 모난 마음은 모난 말만 뱉어낸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의 소중한 아이에게 상흔을 남겨 놓으면서..
희게, 더 깊어가는 겨울이다. 어느 시에서 날아 온 '나비' 하나가 홀연히 마음을 달래준다. 그녀가 건네준 작은 책 하나가 지난 상흔 위에 햇살 담은 눈을 덮어준다.
이제 되었다. 나는 다시 내 삶을 살아낼 수 있겠다.
[어둠 없이는 빛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똑바로 응시하지 않는 한, 희망의 본질에서 빛나고 있는 삶의 비밀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는다.] 62p. [나는 누군가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29p. [그리고 그 삶들은 누구 하나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훌륭하게 완결되어 빛난다.]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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