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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나를 아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나를 숨겨줘요. 다들 태연히 내 인생에 간섭해. 나는 그저 조용히 숨을 쉬고 싶을 뿐이야. 137.]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한 감탄인지, 불편한 공감인지 모를 탄성을 질렀다. 최근 체감하고 있는 주제와 통해 있어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는데도.. 사람들은 참, 구별짓기 좋아한다. 마음으로 하는 일을 마음을 가진 사람끼리 몰라준다. 어쩌면 알아줄 생각조차 없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는 중이다.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예요. 146.] 그리고 나 역시.. 나 역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간이지 하는 생각에 혐오감이 밀려오기도 하고... 사회의 '이물질'인 주인공들은 그렇게 내게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했더랬다.
인간관계에 대해 크게 느끼는 바도 없고, <너는 너 나는 나>하는 생각도 딱히 없었는데, 어느새 나도 '흙발'을 가진 인간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지 못할 때가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상처주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로 변해가는 비겁한 나를 만나기도 한다. [이대로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건가요? 그건 왜죠? 97.] 때로는 드러내 묻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애써 좁히지 않아도 좋을 <간격>이 있다.
하지만 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게 민폐였고, 그 오만한 태도가 성가시게 느껴졌다. 너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처럼 상대를 삽으로 때려서 그러지 못하게 해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70.] 규정하고 구별짓고, 가르고 나누고.. 개인적으로 올해 참 많이도 울었는데, 덕분에 인간을 좀 더 알게 되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머리로 아는 일과 마음으로 아는 일이 다른 것처럼.
다행스럽게도 게이코나 시라하와는 달리, 내 주변에는 <다르다>의 의미를 마음으로 아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오랫동안 찾아왔던 마음들이 모여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곳이 있다. 게이코의 '편의점 소리'처럼, 내게도 마음에 들어앉은 애틋한 목소리들이 있다.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거의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하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5.] 그들이 함께 스며들어 나를 만들어 간다. 물들어도, 물들여도 좋을 나이기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