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평점 :
: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단짝 참고서(또는 필독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2022년 출간되어 최근 번역된 제임스 포스켓의 <과학의 반쪽사(Horizons)>입니다. 그동안 유럽에만 집중했던 시각을 전 세계로 펼쳐 정리한 근현대 과학의 세계사라고 보시면 되어요~
15세기 과학 혁명의 시작부터 21세기까지의 흐름을 총 4부로 나눠 소개하고 있는데요. 유럽의 유명 과학자에 밀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 곳곳의 과학자의 발견을 복원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잘못 해석되어왔던 정보를 교정하여 과학사의 큰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학과 역사의 근현대 흐름을 단 한 권으로 섭렵할 수 있는 책이에요!
개인적으로 19-20세기 세계문학 고전을 좋아하는 저는, 한 챕터를 클리어할 때마다 개안(開眼)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 과학사나 세계사에 관심 많은 분들뿐만 아니라, 세계문학 좋아하는(또는 시작하는)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어요~
읽으면서 관련 검색어로 떠오르는 세계문학 제목을 여백에 적어 인덱스 스티커를 붙이느라 여념이 없었거든요~ 그동안 배경 이해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부족했던 여러 국가의 실상이 다뤄져 있었기에 단비 같은 발견이 쏟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15세기 천문학사를 소개한 1부만 보아도 이슬람에서는 오르한 파묵의 <하얀 성>을, 서아프리카에서는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멕시코에서는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떠올리며 비밀을 풀어볼 수 있었습니다.
‘과학사라니… 과알못은 웁니다💦’ 싶은 분들께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어요! 과학지식이 부족한 저도 눈높이를 맞춘 저자의 설명 덕분에 편안하게 읽었거든요~ 수채화를 덧칠해 나가듯 부드럽게 정보의 층위를 쌓아가며 이해를 돕는 방식이었는데요. 각 챕터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럽 과학자(또는 인물. 예를 들어, 콜럼버스, 뉴턴, 다윈 등)의 스토리로 흥미를 깨우고, 지리를 이동해 같은 시기에 아메리카, 중국, 인도 등지에서는 어떤 발견이 이뤄지고 있었나 섬세하게 비교해 줍니다.
저자의 집필 의도를 다섯 쪽마다 듣게 되는 책으로는 1등 할 것 같습니다. ‘과연 그게 다일까요? 잠시 여기 좀 보시겠어요?’ 식으로 부드럽게 각국의 독자적인 발견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되었으며, 어떤 고리가 끊어졌기에 우리가 모르고 있었는지,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 흘리고 부서지고 잊혀 갔는지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닌데, 세계사를 읽을 때보다는 덜 쓰린 정도였어요~ 저자가 소개하는 한 사람(또는 과학자)의 탐구 열정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역사의 이면이 읽히고 어떻게 과학이 발전되고 연결되어 있는지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저자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영국) 확인하게 만든 표현(또는 관점)의 한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반박 포인트에 적절하게 등장해 주석을 달아 준 역자 김아림 님의 섬세한 배려 덕분에, 분노보다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번역가와 함께 읽는 느낌이라 혼자서도 대화하듯 여백에 질문을 빼곡히 채우며 읽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Horizons : The Global Origins of Modern Science’인데요, 근현대에 초점을 맞췄다는 직관적 이해는 포기해도 기획 의도를 탁월하게 반영한 <과학의 반쪽사>라는 제목에 감탄했습니다. 시선의 균형을 맞춘 점이 좋아서 ‘과학의 양쪽사’까지 욕심내어도 될 것 같아요!
서평은 객관적 글쓰기로 채우고 싶었는데, 이 책은 예외입니다. 조카가 고등학교 진학할 때까지, 정보 수정과 첨언 필요한 자료를 덧붙여 단권화해서 선물할 거예요. 정보뿐만 아니라, 저자의 열정과 역자의 정성, 그리고 세대를 아울러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균형 있는 세계관을 깨우는 기획 의도까지! 의미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한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 <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도서제공 #블랙피쉬 #과학의반쪽사 #plantyou
#과학 #역사 #과학사 #반쪽 #패권전쟁 #타임즈추천도서 #네이처추천도서 #해외언론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