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게리 - 건축을 넘어서 현대 예술의 거장
폴 골드버거 지음, 강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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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 랭 크 게 리

기사에서 우연히 보게 된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은 특유의 움직임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땅에 붙박혀 고정된 건축물이 금방이라도 펄럭일 것 같은 동적 곡선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흡사 스페인의 가우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이 건축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 무척 궁금했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마주한 가우디Antoni Gaudi의 작품은 게리에게 또 다른 큰 영향을 미쳤고, USC가 강조했던 것만큼 직선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믿음이 한층 굳어졌다.❜ 203p

오늘 소개할 책은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전기 <프랭크 게리 : 건축을 넘어서>입니다. 2015년 발표된 책으로, 건축 비평가 폴 골드버거가 쓴 최초의 전기이자 국내에 번역된 그의 두 번째 저서입니다.

저자 폴 골드버거는 <뉴욕 타임스>에서 시작해 15년간 <뉴요커>에서 활동한 기자로, 퓰리처상과 빈센트 스컬리 건축 비평상을 받은 건축 비평가입니다. 건축 비평이 본업인 그가 누군가의 전기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 대상이 ‘프랭크 게리’라는 점은 독자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물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독자에게 ‘전기(傳記)’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가 살았던 시대 배경지식을 섭렵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인물의 대응 방식을 통해 인생을 대하는 관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나는 내 경력의 아주 이른 시점부터 게리의 초기작부터 쭉 그의 작업을 기록해왔다.❜ 13p

건축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프랭크 게리의 초기 작업부터 보아왔던 저자는 일반 전기 작가가 보여주었을 서술과 다른 특별함을 담아냅니다. 게리의 유년기인 1930년대 미국의 모습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당대의 사건보다 도시 계획이나 건축 구조물을 비중 있게 묘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도시 곳곳의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몇 가지 건물은 따로 검색해 봐야 하지만, 함께 수록된 사진 자료를 통해 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상상하며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책의 매력입니다. 한국은 게리의 최신 작품을 실물로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환경을 재설계하려면 우리는 가치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당연시되는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292p

사실 책의 ⅔ 지점인 50대에 이르기까지 게리는 성공보다 실패를 자주 경험합니다. 이뤄지지 않은 프로젝트, 50-60개의 모형을 만들었지만 허사가 된 계획, 실행되지 않은 아이디어들, 순탄하지만은 않은 가정사, 클라이언트나 동업자와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허다하죠. 하지만 기존 환경과 어우러지면서도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자신만의 형태를 창조하고 싶어 한 그의 신념과 집념은 서서히 결실을 맺어갑니다.

저자 폴 골드버거는 현존하는 최고의 건축가 중 한 사람의 일생을 재현하면서도, 그의 일상 곳곳을 비춰 서술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자기 일에 몰두하느라 가정에 소홀했던 면이나, 두려움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있던 사업을 하루아침에 접은 사건(이지 에지 가구 관련) 등 놓치지 않고 포착합니다.

❛건축물은 우리에게 비를 피할 곳을 제공할 책임이 있지만, 그러한 기능이 전부라면 별 볼 일 없다고 게리는 믿었다. 건축물이 비를 피할 장소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감정까지 불러일으킨다면, 그제야 어떤 고지를 달성하게 된다.❜ 813p

프랭크 게리는 서로 어울리거나 결합하지 못할 것 같은 두 가지 속성을 조화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축,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는 공간, 예술과 실용의 컬래버레이션, 미완성이기에 주변 환경과 어우러질 때 완성품인 구조물, 정적인 사물에 생물의 동적인 속성을 불어넣는 디자인, 추하다고 숨겼던 재료를 밖으로 끌어내 본연의 멋으로 재해석한 시선.

언제나 환영받는 시도는 아니었지만,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대중을 설득해가며 어우러져 가는 방법을 익혔던 건축가 프랭크 게리. 20세기 미국의 건축물 변천사와 그의 삶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책, <프랭크 게리>였습니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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