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함께하는 명화 속 티타임 - 17세기부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까지, 홍차 문화를 한눈에 보다!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박지영 옮김 / 북드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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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하면 영국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시작이 네덜란드였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서는 티타임이 꽤 길게 느껴진다. 그 안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손님이 머무르는 시간이 15~20분이며, 머무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모자와 장갑을 벗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호흡을 고려해 소설에서는 고증과 다르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으니,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티타임은 상류사회 여성들 사이의 단순 친목에서 그치지 않고, 가문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중요한 역할과 교양의 일환인 것으로 나온다.

또한 더 중요한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고 깊은 친목이 형성되는 정찬 자리에도 부를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리이니, 티타임은 사교계 입문에 영향을 미치는 초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유명한 판타지소설 중 하나인 해리포터는 영국에서 쓰였는데, 책 속에서는 점술가인 트릴로니 교수의 수업에서 찻잎 점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찻잎 점은 영국의 대중문화이기도 해서 본 책에서도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다. 점을 치는 방식도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본서에서는 홍차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내용들도 가볍게 다루고 있다. 일본 양식의 도자기가 유행하면서 관련된 부채나 그림, 병풍 같은 것까지 일명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아 유행하게 된 것. 그리고 티타임에 빠질 수 없고 부의 상징이기도 한 설탕을 각설탕 형태로 가공하기 시작한 유래. 영애와 영식의 측근인 시종과 시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책을 읽는다면 차를 한 잔 곁들이며 기분을 내고, 가볍게 한 챕터씩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각각의 챕터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보다 지식을 한 줄기 얻어가며 명화를 함께 즐기는, 쉬어가는 느낌에 가깝다. <명화 속 티타임>이라는 책 제목과도 퍽 잘 어울린다. 필자는 이 책을 차를 마시며 은은한 노란 조명 아래서 읽었다.

‘홍차’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차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얼 그레이는 명성이 높다. 특히 영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홍차 브랜드는 트와이닝스인데, 차를 마시면서 이 얼 그레이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얼Earl은 백작을 뜻하는 말, 즉 그레이 백작의 이름을 딴 차를 얼 그레이라고 할 수 있다. 찰스 그레이는 촉망 받는 자유주의 당원이었지만, 대귀족인 공작의 부인과 세기의 불륜 스캔들 이후 이별하면서 오로지 정치에만 매진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는 찾아오는 의원들을 대접하기 위해 차를 준비했는데, 그 차가 바로 얼 그레이라는 설이 있다. 1700년대부터 있어왔던 트와이닝스와 잭슨 사에서 이 차를 블랜딩 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이후 그가 영국 수상이 되고 영국 근대화에 영향을 주는 여러 법안을 통과시키고, 중국 무역 독점권을 폐하면서 차 무역의 자유화를 이끌어내는 등 얼 그레이는 차의 역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얼 그레이가 은퇴하던 해에는 런던의 차 회사에서 얼 그레이 차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로맨스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홍차에 관한 내용을 참고하는 게 목적인 사람이라면, 마찬가지로 이 책은 목적에 충실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목적을 둔 사람이라면 홍차 종류를 줄줄이 알고 싶다거나 각 차에서 느껴지는 향과 원 재배지, 차 종류에 따른 알맞은 온도, 밀크티를 마시려면 우유의 양은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지 등을 알고 싶은 건 아닐 것이다.
(만약 알고 싶다면 같은 저자가 집필한 저서인 <영국 홍차의 역사>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서는 차에 대한 내용을 극도로 깊이 있게 다루는 경우는 적다. 티타임을 생생히 그려내야 한다면 관련된 문화를 아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다.

가령 책에서 소개한대로 가장 높은 위치의 시녀 또는 시종만 모시는 주인의 의복 착용, 외출 동행을 하고 방에 전속된 시녀가 티타임 시중을 드는데 주인의 마음에 들면 좋은 고급 의복을 선물 받기도 한다던가. 그런 내용은 실제로도 변형 또는 가공해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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