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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마음들 - 분단의 사회심리학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창비로부터 책을 제공받았다. 분단문제를 사람들의 경험, 인식, 감정 드의 층위에서 분석하고자 한 책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분단에 대한 마음을 평화와 탈분단의 마음으로 돌려야만 궁극적으로 분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예로 들거나 논문에서 근거한 설명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 쉽고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쯤 분단에 대한 생각을 환기하는 마음으로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통해 분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워서 지금 분단 상황에 대해, 미래 통일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유럽여행 가서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남북문제에 대한주제가 나온적이 있다. 다들 호기심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정작 나는 딱히 해줄 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을 당시에도 긴장하며 걱정하기 보다는 또 지랄이라는 듯한, 마치 옆집 개가 시끄럽게 짖는 것에 대한 반응처럼 무심하게 지나갔던 사회분위기가 기억난다. 문제의식 없이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쉽게 통일이 오지 못하는 이유도, 우리가 통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현저히 적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북한을 향한 우월감과 무시하는 태도 또한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 되는 것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북한사회의 사람들 마음은 어떨까. 폐쇄적인 사회인만큼, 북한 인민의 마음에 접근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민의 마음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도 여전히 탈북자이다. 한국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고향을 부정해야만 한국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간첩'에 예민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탈북자들은 끊임없이 사상을 의심받고, 증명해내야 하는 타자에 머물게 된다. 여성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성애화된 시선이 추가로 달라 붙는다. 젊고 아름다운 북한여성들을 섭외하여 탈북과정의 고통을 자극적으로 보여주기에 혈안이 되었던 종편티비가 중요한 예시로 등장한다. 한국 사회의 북조선 출신 여성은 이중의 업악 구조에 위치하면서, 상시적인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연민이라는 감정은 엄청난 책임감과 인내심, 그리고 의지를 요구하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연민으로 촉발된 수치심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정에 따른 개인의 도덕성을 설명하는 부분에는 일정부분 공감이 갔지만, 자발적으로 먼저 선물을 주는 자가 더 큰 힘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에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좋아하는 오빠에게 선물을 먼저 내밀었다고 내가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받아 줄지 말지는 결국 그 오빠의 선택이고, 내 선물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모습을 발견해야 할 수도 있다. 평화적인 통일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증여는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단된 나라에 살고있는 이상, 우리는 결국 언젠간 끝을 봐야 할 것이고 그 끝이 핵이 터지는 결말이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단에 대해 인식하는 것조차도 중요한 시작이 되기에 이 책을 읽어 보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통일에 이바지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