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리즘 - 미래 산업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
천위안 지음, 송은진 옮김 / 영인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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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서라 분류된 책을 읽고 흡족한 맘이 든 것이 참 오랫만이다. 오락이나 게임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기며 모범생인 척 자라왔던 고리타분한 나로서는 아마도 제목만 봤으면 절대 골라 집어들 수 없는 책이었는데 어떤 강의에서 강사님께서 이 책을 언급하시길래 바로 그 자리에서 주문했던 책이다. 

이미 품질좋은 상품들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차고도 넘쳤으며, 소비자들은 이제 정말 뭔가가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정서적 만족을 위한 소비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기능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기능이라는 것 조차 필요 이상의 기능이라 그 역시 심리적 만족을 위한 소비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토이리즘이라는 말을 툴리즘이란 말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툴리즘이란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실용주의적 상품 전략으로 주로 상품의 기능 및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상이라 할수 있는 반면, 토이리즘은 상품의 기본적인 기능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정신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상품전략이다. 

이 토이리즘은 최근 많은 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게임화(Gamification)와도 구분되는데, 토이리즘이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면 게임화는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라고 답한다는 것으로 이들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토이리즘을 가지고 여러 기업들의 흥망성쇠의 현상과 이유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 토이리즘이 미래 산업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러면서 이 토이리즘을 내 개인에 적용해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매우 효율 추구적인 나로서는, 그러니 말하자면 매우 툴리즘적 사고방식을 가진 내가 앞으로의 세상에 잘 적응하고 살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이미 이만큼 산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하려나?ㅎ

또하나는 토이리즘에 대한 책을, 툴리즘적인 내가 읽고 이렇게 만족스러운 것은 이 책이 매우 툴리즘적으로 쓰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애니어그램 강의를 들을 때 강사분께서 자신은 장형의 사람인데 대부분 책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이 머리형의 사람이기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뛰어난 생각을 체계적으로 책을 통해 알리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한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토이리즘에 대해 이렇게 설득력있게 쓴 이 저자는 과연 토이리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지 툴리즘적인 성향이 강할지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내 안에 있을 것이 틀림이 없는 토이리즘적인 요소를 더 늦기 전에 이끌어 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슬쩍슬쩍 보여지는 그런 내 모습은 대부분의 경우 툴리즘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눌려지곤 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나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툴리즘적인 것이려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어떤 매장에서 평소같으면 쓸데없는 상품이라 여기며 지나쳤을 법한 애들 장남감 같은 '거짓말 탐지기'에  유난스레 꽂혀 만지작 거리던 나를 생각하니, 더더군다나 이 책을 상품이든 기업 전략이든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물론 세상의 변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한번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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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면 충분하다 - 컨셉부터 네이밍, 기발한 카피에서 꽂히는 멘트까지
장문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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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직 CJ오쇼핑의 쇼호스트였단다. 그리고 지금은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계시단다. 

얼굴을 보면 알수 있을 것도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작년엔가도 이 분이 쓴 책을 한권 읽었었는데 이번 책도 비슷한 느낌이다. 쇼핑호스트로서, 그리고 컨설턴트로서 고객사 상품의 특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고객에게 임팩트 있게 전달하여 매출을 이끌어냈던 경험들을 토대로 상품의 컨셉과 네이밍, 카피와 멘트들을 뽑아내는 기술들을 정리했다. 

워낙 엄청난 양의 경험에 근거하여 쓴 글들이기에 그런지 고개가 끄덕여지고 감탄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가 이 저자와 다른점, 말하자면 내 약점이라면 약점인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나는 "이것은 이것이다, 이것일 수 밖에 없다,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단정적인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세상의 일들에는 정답이 없이, 다만 그때 그 상황에서의 최선의 답이 있을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고객들을 만날 때 여전히 내 약점들을 드러내놓고 말씀드리곤 한다. 이런 부분들이 돈을 내고 일을 맡기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뭔가 미심쩍고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책에서 읽기도 하는데 여전히 나는 그게 잘 안된다. 심지어 나는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못미더울때가 많다. 지금까지는 그냥 이런 나를 보고 일을 맡기시는 분들이 있다보니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해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계속 이래도 될까는 잘 모르겠다. 

이 분의 확신에 찬 글귀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그것도 용기이자 자신감인데 싶어서 부러운 맘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바뀔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나 좀 바뀌더라도 당장은 아니라는데 한표! 슬퍼해야 할 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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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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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듯 부드러우면서도, 아주 매끈한 목소리가 아니라 아주아주 살짝, 아주아주 가끔 전축의 튐 같은게 느껴지던 목소리로, 유머도 조근조근하게, 웃음도 결코 과하지 않게, 그렇게 TV에서 영화에 대한 자기 생각과 느낌을 얘기하던 빨간 뿔테의 남자가 이동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제대로 들어보진 않았지만 자기 이름을 건 '빨간책방'이란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 이름을 건 독서법이라는 책이 나왔다. 

책 표지의 빨간 뿔테 그림에서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꼭 사보고 싶은 맘은 없었다. 이제 더는 굳이 남의 독서법을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끔 봐왔던 다른 훌륭한 사람의 독서법은 어떤 때는 아...다행이다 싶은 맘을 갖게도 해줬고, 어떤때는 나도 그렇게 해볼껄 하는 후회를 갖게도 해줬고, 역시 내가 안되는 이유는 이거였군 하면서 가벼운 체념을 갖게도 해 줬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의 책을 읽는 방식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내 나름의 방식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이 책을 안읽어서 그렇지 일단 읽기를 시작만 하면 다들 자기만의 방식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근데 왜 샀냐...그냥 샀다. 그냥...

이 사람의 독서법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법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읽는 책의 종류를 대략 4가지로 나누는데 1그룹은 당장의 내 소용에 의해 읽는 책이 있고, 주로 강의 준비를 하면서 읽게 되는 책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2그룹은 딱딱한 지적인 즐거움을 위한 책이라 이름 붙여 볼 수 있는데 이는 경영과 마케팅 전반에 관한 책들을 이렇게 표현해본다. 이 둘은 서로 영역이 많이 겹치긴 하지만 읽는 내 마음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나 혼자는 이를 구분하고 있다. 딱딱한 지적인 즐거움을 위한 책이 있다면 반면 소프트한 지적인 즐거움을 위한 책들을 3그룹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그때그때 관심사에 따라 다르다. 미술이나 예술, 인문학 분야의 책들이다. 지금은 많이 읽진 않지만 자기계발 분야의 책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4그룹은 그냥 가벼운 즐거움이랄까, 스트레스 아웃을 위한 책으로 소설책, 에세이, 아주 가끔 만화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굳이 나의 이런 분류를 글로 쓰고보니, 대부분의 상황에서 뭔가를 분류할 때 느끼는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애매한 그룹의 책들이 떠오른다. 역시나 무언가를 "Categorize"를 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을 해내기 위해 방대한 지식과 정보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기만의 논리와 체계로 지식과 정보들을 엮어낼 수 있어야 분류를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우 책을 분류하는 것을 얘기하면서 너무 거창하게 넘어가긴 했지만, 이것은 유통기업이 상품을 분류하는 데에도, 옷가게 주인이 옷을 분류해서 진열하는 방식에도 다 적용되는 말이다. 여하튼 내가 가진 책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분류해서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WOW"포인트가 있을 서재가 있는 내 공간을 상상해본다. 내 집 사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다시 책읽는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는 이 네 그룹에 있는 책들을 어떤 때는 동시에 몇권을 읽는 경우가 많다. 물론 1번 그룹은 아주 급하니 먼저 후딱 읽어치우는 경우가 많고, 4번 그룹은 대부분 재밌어서 그냥 읽다보면 어느새 다 읽어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지만, 내용 연결이 필요치 않은 가벼운 에세이는 화장실에서나 자기 전에 짬짬이 조금씩 읽으면서, 1,2그룹의 책은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읽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미팅 사이사이 생기는 시간에는 4그룹의 가벼운 책이나 3그룹의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곤 한다. 일과 관련된 책을 몇권 연달아 읽고나면 괜히 나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준다는 핑계로 소설이나 에세이를 집어들고, 또 그 반대로 하기도 한다. 

나의 목표 지향적인 성격은 책을 읽는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일년에 50권이라는 목표를 세운 이후로는 대략 이 목표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번호를 매겨가며 책을 읽고, 읽은 책을 간단히 기록해 두고 있다. 그리고 읽었다고 말하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책에 한한다는 조건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보니 일단 읽기 시작한 책은 웬만하면 다 읽으려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읽다가 정 재미가 없거나 어려워서 그만 읽어야겠다고 결정할 때는, 읽은 책 권수는 늘리지도 못하면서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짜증이 배가 되며, 저자에 대한 분노가 인다. 물론 책에 대한 나의 형편없는 안목에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 순간, 앞으로는 읽기를 중단한 책도 리스트로 정리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책들이 어느 순간에는 읽기가 쉬워질 수도 있고 심지어 재미가 있어질 수도 있을텐데 그런 변화가 바로 나의 내면의 변화일테니 이것을 가시적으로 알 수 있게 해 두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는 주로 침대에서 벽에 기대 앉아 읽거나, 책상에 앉더라도 좀 느긋한 자세로 읽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서 오른쪽 왼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읽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이런 자세가 눈에 안좋다는 생각이 퍼뜩 들때면 쿠션을 깔고 엎드려 읽기도 한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에는 탁트인 마루나 식탁에서 읽기도 한다. 침대 머리맡에 작은 협탁위에도 책을 몇권씩 두고 자기전이나 일어나서 뒤척거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반신욕을 하면서 읽기도 한다. 이동진 역시 반신욕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고 할때는 괜히 나혼자 반가운 맘이 들었다. 다만 그는 뜨거운 물 안에서 몇시간이고 있을 수 있다 했는데 나는 탕 안에서는 20분, 30분정도가 최대이다. 언젠가 하루 머물렀던 호텔방처럼, 탁트인 창이 있고 그 창을 바라볼 수 있는 거실에 그냥 오픈된 욕조가 있어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공간에서는 나도 몇시간씩 있을 수 있을텐데...그런 공간을 가진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또다시 불끈!!!        

이렇게 읽은 책들을, 경영 마케팅책은 소주제별로, 소설책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책들은 작가별로, 나머지  소설은 그냥 뭉뚱그려서, 그리고 나머지는 분야별로 나누어 방 안과 베란다 곳곳에 있는, 어떤 책장에는 앞 뒤 두칸으로 해서 뒤쪽엔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소설과 에세이류를, 앞쪽엔 자주 참고할만한 책들이나 울림이 컸던 책들 위주로 꽂아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뒤쪽에 꽂아둔 책은 뭐가 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동진님도 이에 대해 얘기를 하는 부분이 있다. 자기는 이렇게 앞뒤로 꽂아두면 뒤에 두는 책은 눈에 안들어오기 때문에 깊지 않은 책장을 마련해서 눈에 다 들어오게 책을 보관한다고. 그거야 공간이 허락되어야 하는 일이니, 흠.... 조만간 나는 책을 충분히 보관할 수 있고, 그 언젠가의 호텔방 같지는 않더라도, 답답하지 않게 반신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내 집을 마련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얼마전 제주 여행길에 제주 동네 책방에서 사오고는 아직 책장에 꽂혀만 있는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라는 책을 조만간 읽게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늘 이상하게 책 내용과는 살짝 다른 쪽으로 결론을 내면서 마무리하게 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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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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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서강대 철학과 교수인 최진석 교수님이 건명원이라는 곳에서 5회의 철학 강의를 묶은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은 같은 얘기가 수도없이 반복되고 있어서, '강의한 것을 책으로 엮으면 이런 단점이 있구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중복되지 않게 손좀 보고 책을 내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읽다보니 한편으로는 이렇게 반복을 해주니 어려울 있는 책임에도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을 있다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이 사유한 결과를 
숙지하고 내면화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한다' 착각해왔다.
수입된 생각으로 사는 ,
독립적일 없다.

날개의 작가 소개에 이어 펼친 첫번째 페이지의 서문 거의 초반부에서 이미 문장을 읽고 얻어 맞은 했다. '내면화하면서도'라는 말만 없었어도 그냥 쉽게 동의하고 넘어갔을 이야기였는데, '내면화하면서도'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면서 슬쩍 반발심이 들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배워서 내것으로 만들고,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에 묘한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사는 나에게는 아무리 그래봤자 그것 역시 니가 아니라는 얘기인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것으로 만들어 확대 재생산 하는 것은 그야말로 "내것"으로 만든거 아닌가 싶던 마음은 부분 어느 즈음의
'다른 사람이 해놓은 생각의 겨로가들을 수용하고 해석하고 확대함으로써 자기 삶을 꾸리고 세계를 운용하는 분위기를 '훈고'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용해서 산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다른 사람을 추종하며 산다는 것으로 바꿔 말할 있다'라는 부분에서 마치 맞은 맞은 듯한 느낌과 함께, '절망'이란 단어는 너무 쎄고, 뭐랄까...'낙심? 낙담' 그나마 적절한 단어려나...여튼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한숨과 함께

그런데 바로 얼마 뒤의  '훈고적 기풍은 대개 다른 사람이 만든 이론을 그대로 따라 배우거나 자기 삶의 근거를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지식 체계나 이념 체계에서 찾게 합니다. 생각으로 삶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미 놓은 생각의 결과로 삶을 꾸리는 격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되는걸까요지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라면서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말하는 지점에서, 말이 무슨 말인지, 나의 어떤 지점을 꼬집어 말하고 있는 것인지를 몸으로 느끼면서, 너무 아닌 살아와 이미 나도 안에 그런 것이 있었는지도 아른거리는 그런 내가 까발려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좋아한다며 부지런을 떨면서 남들에겐 이지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좋았고 - 새로운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임을 와중에도 슬쩍 한번 말하고 싶은 마음은 뭔지 - 그러면서 내가 알게 얄팍한 지식들을 이미 것으로 소화했다고 좋아라 하면서 떠들어 댈때는 그것들이 바로 나를 말해주는 것인 자부심을 갖기도 했었다

그러나,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문득 " 이상의 생각하기와 생각 엮기" 해볼까? 해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때마다 살짝 막막함을 느끼면서 '굳이 필요 있나? 해도 딱히 답도 없을테고...지금은 시간 없으니 나중에 여유 있어지면...'이라고 미루어두던 모습이 깊숙이에서 떠오르면서, 바로 이런 나를 두고 저자분은 "지적으로 게으르다" 하는 거구나 싶었다

책에서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오르는 단계나, 피아노 연주자에서 음악가로, 음악가에서 예술가의 경지로 오르는 단계는 결코 같은 크기의 단계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나를 아주 후하게 평가해줘서, 지금 중진국이나 음악가의 단계라고 준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고유의 생각과 시선 갖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책의 제목처럼 "탁월한 사유의 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 고유한 사유의 시선"이라도 가질 있도록 마음과 시간을 들여봐야 겠다.  간절하게...

지식의 축적 여부를 떠나
지성적인 높이를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가
삶의 격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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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스케쥴을 보면, 힘들 것이 예상되는 날이 있다. 어제가 그랬다.
6시간의 강의에 이어서 3개의 미팅이 있는 날이었는데, 시간 맞추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게 싫어 어쩔 수 없이 앞뒤로 조금씩 여유를 두고 약속을 잡았었다. 약속 시간에 늦을까 노심초사 하는 것 보다는 기다리는게 마음이 편하긴 하지만, 그런 짜투리 시간이 남는 것 역시 아주 못참아 하는 성격이라 이런 경우의 나를 달래 줄 그 무언가가 필요했다.

새벽녘에 깨서 앞 부분을 읽기 시작하고 가방에 넣어가지고 간 이 책은, 미팅 중간중간 생기는 시간이 짧은 것이 오히려 싫게 느껴질 만큼 내 흥미를 끌더니만, 급기야는 운전하다가 신호등에 대기하면 절로 책으로 손이 가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집에 와서도 이 책을 마저 읽느라 읽어야 할 논문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 책의 저자는 잡지사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어떤 잡지의 편집장이라고 한다. 그동안 나는 잡지는 책 축에 끼지 못하는 출간물이라 생각하면서 약간 낮춰 봤던 것이 사실이라, 잡지 기자나 편집장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사실 그들에 대해 뭔가를 생각해 볼 이유도 없었고...) 역시나 그렇게 싸잡아 볼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번 느꼈다.

이 책은 저자가 현대카드사를 일년 반 정도 동안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 회사에 대해 쓴 책으로, 현대카드의 이야기이자 그 회사 사장인 정태영 사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태영 개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회사에 대한 얘기를 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으나, CEO로서의 정태영 사장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인지 딱히 구분되지가 않았다.

나는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삼성카드를 만들었었고, 중간에 무수히 많은 카드가 생겼었다가 돈을 모으려면 카드부터 정리해야 한다길래 두개만 남기고 싹 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용케도 삼성카드가 살아남았고, 현대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 워낙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기에 이 카드를 만들 뻔 하기도 했었는데, 카드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 싶기도 하고, 카드 발급을 위해 이것저것 적어넣는 것 조차 귀찮아 여전히 삼성카드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정태영 사장과 현대카드는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아무래도 조만간 내 지갑과 휴대폰에는 현대카드가 떡하니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들의 라이브러리를 하나씩 하나씩 제대로 순례해 보게 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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