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있다
전여옥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중학시절, '일본은 없다'를 보며 흥분하던 나. 1편의 엄청난 판매부수에 힘입어 나온 '일본은 없다 2' 까지 사서 볼 정도로 난 전여옥의 팬이었다. 묘하게 사람을 선동(?)하는 그녀의 글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매력을 더해 나를 사로잡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 모르게 늘적지근한 기분이 들때면 전여옥의 글을 뒤져보곤 했다. 그럼 다시 나는 빠릿빠릿해지고 활기에 넘치게 될 수 있었으니까. 그런 전여옥이 몇 년 간의 공백기를 가진 후 오랜만에 책을 냈다고 해서 얼른 서점에 달려갔다. 이번 책도 분명 유쾌·상쾌·통쾌하리라 생각하고. 그런데 웬걸. 이 책은 내 기대를 와르르 무너지게 했다. 사회 생활을 하는 남성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 그들을 남편으로 둔 전업 주부에 대한 심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질타. 가사 노동이라도 열심히 하면 말을 안 한다면서 게으름으로 인한 한국 여성의 강력 세제 선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전여옥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나 뿐인가. 그래, 그 '바깥일'이 그렇게도 힘들어서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던게지. 흔한 남자들이 그렇듯,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었던게지. 분명 쉽게 읽힐 글임에도 불구하고 내 책장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다. 앞으로 저자의 더 나은 글들을 기대하지만... 나의 기대는 그저 기대에서 끝날 듯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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