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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만남 - 인문학과 신학으로 헤아려 본 시간, 그리움 그리고 사
정진호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화려하게 잘 차려진 밥상이 눈앞에 있다. 요리 하나하나를 '음~~ 맛있네,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처음 보는 음식이다'하며 맛본다. 배는 든든해지고, 몸에도 영양이 가득 채워진 기분이다. <기다림과 만남>을 읽고 난 느낌이다.
목사에게 의존하기보다 성도 스스로 하나님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목회를 추구하는 저자는 인천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주님의교회'를 섬기고 있다. '브솔 영성 아카데미' 사무총장으로 섬기며, 저서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세움북스)가 있다.
다양한 책을 읽고 통합하고 질서정연하게 연결하여 주제에 맞게 글을 풀어내었다. 툭툭 튀어나오는 인용구들이 흐름을 깨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는 인용구가 많은 논문 같은 글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너무 많은 인용구가 있음에도 저자가 잘 소화하고 적재적소에 가져다 놓아서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1부에서는 기다림의 기쁨에 대해서, 2부에서는 만남의 기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는 신랑이 도착해야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예수님의 재림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를 온전하고 충분한 존재가 되게 합니다. (312쪽)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며 지금 여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어떤 마음과 태도가 필요하고, 어떤 목적과 의미로 삶을 채워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을 가져다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수영, 노천명, 로버트 프로스트, 백석, 이상의 시집을 읽고 싶다. 존 웨슬리, 레프 톨스토이, 알랭 바디우, 앙리 베르그송, 에리히 프롬, 움베르토 에코, 장 보드리야르, 카를로 로벨리, 도스토예프스키, 특별히 키르케고르 작품을 읽고 싶다.
<어린왕자>, <어거스틴의 고백록>, <팡세>, <그리스도를 본받아>, <5가지 사랑의 언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말랑말랑한 힘>, <라틴어 수업>, <아직도 가야할 길> 등 읽었던 책이 언급된 부분을 읽을 때는 확실히 집중도 잘되고 조금 더 쉽게 이해되었다.
올해 이 책에서 언급한 책 몇 권을 읽어볼 생각이다. 이미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책도 있다. 나는 왜 그렇게 책이 읽고 싶고, 읽고 있는가? 이 책의 제목 <기다림과 만남>처럼 예수님을 기다리며 지내는 현실의 삶을 그분의 뜻에 조금은 더 적합하게 살고 싶어서이고, 그분을 더 사랑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흘려보내는 시간이 주님과 함께한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채워지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이미 나를 찾아와 주시고 만나주신 예수님이 내게 주신 약속의 말씀을 삶에서 행동으로 나타내기 위함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하루하루 예수님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가? 과연 매일 예수님을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나? 세상의 속삭임에 빠져서 말씀을 들을 마음의 자리가 없는 건 아닐까? 이데올로기와 현대 사상에 의해 나도 모르게 잘못 생각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성경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런 질문들이 생겼다.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또 책을 읽고,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변화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재림의 주님을 기다리는 지금 여기에서의 삶은 기대와 기쁨, 한가로움과 웃음, 초월과 소망으로 채워질 것이다.
인문학적인 사유와 신학적인 기본을 한 권에서 채우고 싶은 분에게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