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 세움북스 신춘문예 작품집 - 단편소설, 수필 ㅣ 세움 문학 5
윤덕남 외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제3회 세움북스 신춘문예 작품집인 <2023 세움북스 신춘문예 작품집>이 나왔다.
기독교 문학 발전에 힘쓰는 세움북스, 기독교 문학 작품을 쓰고 싶은 작가, 기독교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멋진 작품집이다.
단편 소설 5편과 수필 5편. 한 권의 책에서 10가지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각각의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책을 읽으니, 어느 한 작품도 가볍지 않게 느껴졌다.
단편소설 <세상 속으로>와 <밸런스 게임>, 수필 <그녀의 전화>는 마음속에서 조금은 희미해진 '선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선교 소명을 받고 교회에서 선교훈련을 받았던 시절, 남편이 선교 단체에서 간사로 지내며 선교지 소식을 전해주고 함께 기도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특별히 <밸런스 게임>은 인도 선교 소명을 받고 신대원에 들어가서 훈련을 받고 목사가 된 남편(박제민)이 선교지로 가지 않고, 지금 그림책 활동가와 가정교회 목사로 살고 있으면서 쓴 글이라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내 시야는 너무 좁아졌다 싶다. 육아 중이라는 핑계로 보지 못하고 있던 세계 선교. 세 작품을 통해 세상 모든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 선교와 선교사, 선교적인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제가 갈게요' 하며 기도했던 마음까지는 아니지만, '주님, 제가 지금 어떻게 선교에 동참할 수 있을까요?' 묻게 된다.
단편소설 <그 어느 특별한 봄의 이야기>와 <엄마가 죽었다>는 읽으면서 울컥했다. 내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이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주인공의 아픔이 내 마음에 그대로 전해졌다. 사역자의 아내라는 자리가 주는 어떤 부담감과 불편함을 알기에 공감했던 이야기, 고생하며 자녀를 돌보고 이제는 늙고 지친 부모님을 보며 느끼는 애틋한 마음. 두 소설은 내 삶에 조금 더 밀착된 이야기여서 그런지 읽다가 자주 멈췄던 것 같다.
수필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책방>과 <새생명 자매모임>은 지금 현재 내 삶과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공감을 일으켰다. 개척 후 코로나 시기에 문을 연 책방 카페에서 함께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삶을 나누는 목사의 사역 이야기는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남편은 부교역자 사역을 마치고 코로나 시기에 가정교회를 개척해 4년째 가족끼리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나눔교회, 그리고 그림책 독서모임을 통해 삶과 신앙을 나누는 그림책과 가정연구소 사역을 하고 있기에.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영혼을 돌보는 데 마음과 시간을 쏟는 '사역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함께 기쁜 마음과 힘든 마음을 느낀 것 같다. <새생명 자매모임>은 임신과 유산, 힘든 출산의 경험이 많은 나에게 쏙 들어오는 이야기였다. 자매들이 모여 기도하며 그 시간을 함께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시상식에서 만난 작가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는데, 건강한 출산을 위해 잠시 기도한다.
수필 <온기에 대한 고찰>은 그야말로 '온기'를 깊이 파헤치는 작품이었다. '온기는 곧 생명의 박동이다. 온기는 곧 살아 있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온기에 대한 고찰이 품게 한 조그마한 소망이 있었다. 온기의 확장을 보고 싶다. 더 나아가서 온기 자체이신 그분과 교제하고 싶다. 더 포근한 그 온기에 푹 잠겨, 생명의 향연을 누리고 싶다. 갈망이다. 도저히 이 세상에서 채워질 수 없는 갈망이었다. (...)'(179쪽)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단어 '온기'가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언어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세 분이신 한 분의 가장 따뜻한 완전한 온기'에 다다르는 글의 전개가 신선하면서 그 온기가 전해지는 듯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었다.
수필 <광야를 지날 때 원점으로 향하기>는 인생의 막막한 순간에 주님을 만나고 의지하고, '십자가'를 붙잡고 '아버지의 견습공'으로 사명을 감당하는 20여 년이 넘게 주일 학교 교사로 섬긴 작가의 삶이 담긴 글이다. 담백하면서도 작가의 솔직함이 느껴지는 글이다.
단편소설 <알록달록 스카프>는 중학생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생기발랄' 문체와 스토리로 재미를 주고 미소를 짓게 한다. 옳고 그름이 아닌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공동체에 대해 진지하지 않게, 이해하기 쉽게 '스카프'를 소재로 잘 전달한 글이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이번 작품집을 읽으면서 세움북스 신춘문예를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숨어있는 기독교 문학 작가들을 발굴하여 출판사와 작가들이 함께 '한국 기독교 문학'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