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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 시각장애인 아내와 살며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일하는 남다른 목사의 남다른 이야기 ㅣ 간증의 재발견 3
정민교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2023년에 읽은 마지막 책이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이라서 좋다. 내년 계획을 마음속으로 세우며, 나를 넘어서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나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기에.
저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신앙 공동체인 흰여울교회 목사로, 2009년 AL MINISTRY를 설립하여 시각 장애인 인식 개선과 시각 장애 선교를 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국내 최초 기독교 전자-데이지 도서관인 AL-소리도서관을 설립하여 25만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기독교 도서를 데이지 파일로 제작하여 무료로 보급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사실 저자의 프로필은 이미 대충 알고 있었다. AL MINISTRY 간사님의 소개로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어서 이런 좋은 사역을 하는 분이 있구나 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시각 장애인을 위해 좋은 사역을 하는 분 정도로 알고 지났을 것이다.
세움북스의 <간증의 재발견> 시리즈인 <<작은 자의 하나님>>과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를 읽었기에, 이 시리즈의 책은 대충 어떨지 느낌이 온다. 보통 사람이 쓸 수 없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힘든 삶 가운데 하나님을 깊이 만난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간증의 재발견.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다. 이 분은 또 어떤 시련을 통과하셨을까? 하면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저자. 저자의 어린 시절의 어려운 삶을 지나고 고단한 청소년 청년 시절도 지나서, 결혼을 하는 '넝쿨 채 당신'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으시길~~~)
'장애인과 사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 수 없기에 결혼 생활이 힘든 것입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 보완이 되기에 결혼 생활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것은 장애인과 결혼해서 사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237쪽)
왜 저자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기독교 도서 보급 사역을 시작했는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세워가는지,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나의 친정엄마는 시각장애 4급이다. 한쪽 눈 만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오셨다. 불편함은 있지만, 한쪽으로라도 볼 수 있으니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엄마처럼 한쪽 눈으로만 본다는 게 어떤 건가 궁금해서 한쪽 눈을 감고 행동해 본 적이 있다. 잠깐이었는데도 불편함과 피곤함이 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두 눈을 볼 수 없다면, 그럼 어떤 느낌일까? 상상할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AL MINISTRY를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가정주부라 돈을 벌고 있지 않지만, 시민기자 활동을 하며 원고료를 받는데, 내년에는 적은 금액이라도 사역에 동참하고 싶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에는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하나님에게 울고불고해도 묵묵부답으로 존재를 감추실 때, 그럼에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나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내 주변에도 그런 어려움 가운데 응답 없는 하나님께 화가 나서 믿음의 길을 떠난 사람이 있다.
절망 가운데, 버려진 느낌으로, 마음을 닫고 사는 누군가에게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너를 기다리고 계셔'라고 전해주고 싶다면 이 책을 건네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