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미션 소장이신 폴 김이라는 개신교 목사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김인종님이 같이 쓰신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된 '죽고 싶은데 살고 싶다'의 개정판인데 등장인물은 모두 실존인물이며, 저자 폴 김을 제외하고 가명을 사용했습니다.저는 천주교 신자여서 이 책을 신앙적 묵상 관점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신앙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아픈 인간의 자리에도 항상 하느님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의 한가운데에 머무시는 하느님을 묵상하게 하고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하시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뜻이 과연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상담 치료사의 도움이 필요한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병원이나 상담소에 데려가지 않고 악령이 씌웠다고 단정짓고 교회나 기도원 같은 곳에 데려가서 병을 악화시키는 사례들이 종종 뉴스에도 보도가 되는데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폴 김 목사님의 여동생 선혜가 조현병 환자였는데 신실한 크리스천이였던 부모님께서 딸을 병원에 보내지 않고 교회 담임목사를 찾아갔고 영적인 공격이니 기도하자는 말을 믿고 가족들이 기도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도를 해도 선혜의 병세는 계속 악화되었고 환청과 환시, 그리고 환촉까지 겪게 됩니다. 그 뒤로 선혜의 증세는 계속 악화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폴 김은 경찰을 불렀고 선혜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됩니다. 만약에 발병 초기에 치료를 했다면 약을 먹으면서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했을텐데 이 일로 선혜의 오빠 폴 김은 고통의 세월 속에서 동생을 보살피며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됩니다.아픈 몸과 마음은 은총의 부재가 아니라 신앙 안에서 우리는 종종 건강과 회복, 그리고 성공을 축복의 징표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통과 아픔은 하느님이 주시는 벌도 아니고 우리의 신앙심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강한 이들에게서가 아니라 병든 이들과 소외된 이들의 곁에 머무십니다.이 책에 등장하는 ‘아픈 사람들’은 신앙적으로 보면, 이미 하느님이 머무시기로 선택하신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아픈 이를 보면 낫게 해 주시라고 기도하지만 혹시 우리는 ‘낫지 않은 상태’를 견디지 못해서 하느님께 기도의 응답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이 책은 치유 이전의 동행을 강조합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님은 아픈 이들을 곧바로 고치시기보다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으시고 머무르셨습니다. 만약에 아픔이 사라지지 않고 치유되지 않더라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의 현존은 은총입니다.이 책은 부활보다 십자가의 고통을 떠올리고 묵상하게 합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통과 끝나지 않은 아픔, 그리고 반복되는 무너짐 속에서도 신앙은 지속이 되고 오히려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라고 부르짖은 예수님의 기도처럼 설명되지 않는 고통을 그대로 끌어안는 믿음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그리스도 신자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부활의 기쁨과 영광만을 바라고 십자가의 수난과 고통은 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의 고통을 주님께 봉헌하고 힘들고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고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아픈 사람 곁에 있어주고 섣부른 조언보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함께 아파하고 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을 수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 받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시기를 놓쳐서 병세가 악화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길 기도합니다. 이 책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분들이 치료를 받고 호전이 되면 좋겠고 고립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위로의 말보다 함께 침묵할 자리를 마련해 주고 하느님은 떠나지 않으신다는 것을 느끼게 한 고마운 책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을 추천하고 싶어요. 힘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