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세계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황미하 옮김, 신정훈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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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리더스 9월 도서 중 하나인 <기도의 세계> 서평을 기한 내에 쓰지 못해서 늦게나마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572 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책이여서 솔직히 부담이 되었는데 다행히 완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23일 동안 대침묵 피정을 했는데 피정 중에도 이 책을 읽고 묵상을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1902년에 스위스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1940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현대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와 함께 1945년에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재속 수도회를 설립하였으며, 이냐시오 영성을 따르면서 그것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지병이 많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지냈으며, 말년에는 거의 완전히 실명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가 선종했습니다. 60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대부분의 작품을 발타사르와 공동으로 작업하였으며 모든 작품은 발타사르가 설립한 요하네스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독일어 외에 40여 개의 다른 언어로 옮겨져 세계적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영성가인데 신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고 합니다.그녀는 스위스의 내과 의사이자 현대의 신비가로, 신학과 영성, 신비와 성흔에 관해 60여 권이 넘은 책을 저술했습니다. 그녀가 20세기 위대한 신학자인 발타사르와 영적 교류를 하여 많은 영감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영적 감수성과 신비적 체험은 발타사르가 계시 신학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발타사르는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신학을 통해 세상에 파견된 교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했고 이것이 새로운 공동체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발타사르 외에도 로마노 과르디니, 앙리 드 뤼박, 휴고 라너 등의 신학자들과 지적으로, 신학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하였으며, 그녀와 교류한 신학자들은 그녀가 비록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신학적으로 완벽한 체계를 보인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자신이 일군 깊은 영성과 신학적 지식, 기도 체험, 성경을 토대로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쳤습니다. 이 책의 머릿말에는 발타사르가 1951년에 쓴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은 기도에 대해서만 다룬 논문이 아니라 스스로 묵상하도록 초대하는 책으로 여기고 읽기를 바란다고 써 있습니다. 이 책을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며 독자들은 이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이 내적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기도의 삼위일체적 토대를 명확하고 상세하게 다룬 대목이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신학 논문이 아니라 슈파이어가 이전에 써 둔 기도에 관한 글들을 선별하여 모은 것입니다. 기도라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기도는 인간이 하느님과 결속되는 것이고, 이는 깨어 있는 믿음을 가리키는 표지다. 믿음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생생하게 이루어지는 교환, 주는 것이자 받는 것이다. 기도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항상 준비하고 계심에 대한 응답으로서 인간이 그분께 '.' 하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 책을 옮긴 황미하님께서는 기도를 할 때 주로 개인적 차원에 머물고 지금 처한 상황이나 시간을 핑계로 청원 기도만 바치는 것으로 그칠 때가 많은데 이를 반성하게 되고 하느님께 무언가를 달라고,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떼쓰는 수준을 넘어 기도의 폭을 넓히고 기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겠다고 다짐해 본다고 하십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함께 사는 영적이고 신비스러운 삶이자, 그분의 현존하심에, 그분의 신적이고 삼위일체적인 사랑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기도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관상기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기도를 삼위일체적인 사랑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기도는 먼저 회개할 것을 밝힙니다. 그리고 기도는 믿음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기도의 첫째 과제는 자신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졌음을 의식하게 하는 일입니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과 맺는 관계를 규명해 보겠다고 결심한 신앙인은 모든 것을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분의 생각에 따라 평가해야만 제대로 보게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오롯이 묵상에 몰두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교회 안에서 참된 기도 생활을 하도록 독자들의 마음을 새롭게 불러 일으키고 기도에 관한 신학적 가르침을 착실히 배우도록 일깨워 줄 것입니다. 기도는 은총처럼, 믿음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처럼 하느님 안에, 삼위일체로 생명을 교환하시는 그분 안에 최종적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어떤 태도로 기도를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믿는 이는 성체를 모시고 기도를 바치면서 감사의 순간을 특히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미사에 참례할 때 영성체 후 묵상(기도) 시간에 먼저 주님께 감사를 드리고 제 자신과 기도가 필요한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기복 신앙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기도를 통해 영적으로 더 성장하고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기도가 필요한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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