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밤 - 최민순 신부 시집
최민순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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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작년 1월부터 가톨릭출판사 서평단인 캐스리더스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캐스리더스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최민순 신부님의 시집 <· >을 선택했습니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가톨릭출판사에서 그 달의 책을 선정해서 보내주셨는데 올해에는 매달 3권의 책 중에서 1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셔서 그 점이 좋았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띠지에는 <고백록>, <신곡>, <아가>를 최초로 완역한 최민순 신부의 모든 것이 담긴 시집 <>, <> 70여 년의 세월을 넘어 합본으로 새롭게 출간이 되었다고 써 있습니다.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최민순 신부님에 대해 아시지만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작가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최민순 신부님께서는 1912년 전라북도 진안에서 태어났으며 1935년 사제품을 받으셨습니다. 천주교회보사와 대구매일신문 사장으로 일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에 유학하여 2년 동안 신비 신학과 고전 문학을 연구하였습니다. 가톨릭 공용어 심의위원회 의원,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저서로는 수필집 <생명의 곡>과 시집 <>,<>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단테의 <신곡>,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론> 등이 있습니다.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은 정확하고 아름다운 번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밖에 가톨릭 공용어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주의 기도', '대영광송' 등의 기도문을 번역하였으며, 성가 여러 편의 노랫말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1960년 제2회 한국 펜클럽협회 번역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74년 로마 가르멜회 총본부로부터 명예회원 표창장을 받으셨습니다. 1975년 지병인 고혈압으로 선종하셨습니다.

'시인'이자 '사제'이신 최민순 신부님의 진수가 담긴 두 시집, <><>을 합본으로 새롭게 출간했는데 이번 합본 시집 <· >은 시의 표기는 현대 맞춤법을 따르되, 원문의 느낌과 운율을 살리고자 당시 표기를 가능한 그대로 실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대한 설명을 각주로 달아, 독자들이 시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셨습니다. 참고로 <>1955년에, <>1963년에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맨 앞부분에는 염수정 추기경님과 정순택 대주교님의 추천의 말씀이 실려있고 그 다음에는 <><>이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번역 시편인 성녀 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그리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글이 실려있습니다. 부록으로는 최민순 신부님의 연보와 작품,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최민순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와 김수환 추기경님이 쓰신 최민순 신부님의 장례 미사 강론으로 마무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추천의 말씀을 쓰신 염수정 추기경님께서는 최민순 신부님의 시에는 하느님을 향한 깊은 사랑과 열정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특히 신부님의 시를 가만히 읊어 보면 일상과 자연의 소박함 속에서 발견한 하느님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고 하십니다. 저 또한 이 시집에 수록된 주옥같은 시를 읽으면서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하느님과 일치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시 하나하나에 담으신 신부님의 마음은 지금까지도 작품을 만나는 독자들이 느낄 수가 있습니다.

추천의 말씀을 쓰신 정순택 대주교님께서는 우리말의 연금술사 같은 최민순 신부님의 시에는 세심한 손길과 풍부한 감수성으로 표현한 우리말이 아름답게 펼쳐진다고 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이러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구약 성경의 시편과 아가,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십자가의 요한 성인의 저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론>, 그리고 단테의 <신곡>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번역하셨습니다. 이 작품들을 보면 단순히 번역만 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를 쓰셨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운율이 살아 있기에, 신부님께서 번역한 작품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하십니다.

 

이 시집에 실린 많은 시 중에서 눈길을 끈 시를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대의 것(VUESTRA SOY)'이라는 시입니다.

그대 위해 삼겨난 몸 난 그대의 것

나로 하여금 무얼 하라시나이까

엄위하신 지존

영원하신 슬기시여

내 영혼 어여삐 보옵시는

님이여 지존이여 지선이여

굽어보소서 더럽고 더러운 이 몸

오늘 이렇듯 그대에게 사랑을 노래하노니

"나로 하여금 무얼 하라시나이까"

날 지어 주셨기에 그대의 것

날 속량해 주셨기에 그대의 것

날 참아 주셨기에 그대의 것

날 불러 주셨기에 그대의 것

날 기다려 주셨기에 그대의 것

나 절개를 꺾지 않았기에 그대의 것

나로써 무얼 하라시나이까

(중략)

그대 위해 삼겨난 몸 난 그대의 것

나로 하여금 무얼 하라시나이까

미천한 피조물인 저희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만드셨고 우리를 위해 존재하십니다. 우리 또한 그분을 위해 존재합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그분께서 바라시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의 시를 읽으면서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고 일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순 신부님의 시에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최민순 신부님께서는 하느님을 떠나서는 삶의 의미나 존재의 가치를 찾지 못했다고 말씀하셨고 그분의 영성의 깊이, 신앙의 깊이는 참으로 우리 모두가 본받고 따라야 할 귀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정순택 대주교님께서는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최민순 신부님의 시들은 우리 마음에 감동을 주는 동시에, 우리 안에 있는 어두움을 비추며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보여 줄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책을 통해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가 ''에 대한 최민순 신부님의 마음을 닮아 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는 염수정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저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이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최민순 신부님의 다른 저서들과 번역서 또한 많은 분들이 읽고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분께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한결같은 경외심과 애정이 간절하지 않고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사랑의 시, 믿음이 깊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신앙의 시로 우리에게 영성의 별이 되신 신부님, 신부님의 작품들은 모두가 다 불후의 명작으로 한국 가톨릭 역사에,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해인 (수녀, 시인)

 

  

*가톨릭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동안 좋은 책을 보내주신 가톨릭출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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