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생애 - 개정판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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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리더스 7월 선정도서는 엔도 슈사쿠의 <예수의 생애>입니다.

(원래는 6월 선정도서였는데 사정상 다른 책으로 바뀌었고 7월 선정도서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엔도 슈사쿠는 일본 가톨릭 작가로 <침묵>이라는 소설로 알려져있습니다. <침묵>은 <사일런스>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과연 이 책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역자의 후기에 따르면 <침묵>에서는 '나의 아픔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예수'를 형상화하였고 '나도 너와 함께 아파하고 있다'라는 동반자 예수를 그리며 모성적 신의 세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형상화한 예수의 모습이 어디까지나 소설 속에서의 예수였음을 자각한 그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로서의 예수를 규명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엔도가 이스라엘을 순례하며 구체적으로 '인간 예수'의 흔적을 찾으려 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연재한 '성경 이야기'를 기초로 집필하여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서구 작가들이 쓴 '예수의 생애'보다 더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작품이며, 이러한 작품 세계를 통해 그리스도교와 예수의 생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성경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따라서 예수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느낄 수가 있도록 하였으며 인간 예수의 모습, 무력하지만 사랑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 주는 예수를 그린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엔도는 성스러운 대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소설가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이 책에서 예수의 인간적인 생애의 한 단면에 접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인인 그가 언급한 예수상이 그리스도교와 무관했던 독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실감과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면 자신의 작업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엔도는 이 책을 통해 예수 자신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예수의 생애에는 우리들의 인생을 투사시켜도 파악하기 힘든 신비로움과 수수께끼가 있고 언젠가 자신의 삶을 축적하여 다시 '예수의 생애'를 쓰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독자인 우리들 또한 그런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구약의 완성자로서의 예수의 모습은 볼 수가 없고 작가가 신학자가 아니라 소설가로서 쓴 것이기 때문에 신학적인 해석도 없습니다. 예수의 베들레헴 탄생이나 그의 탄생일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예수와 제자들의 모습에 대해서 재고할 수가 있었고 예수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수의 선교 활동은 이러한 오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군중이 그를 에워쌌지만, 예수는 자신에 대한 오해를 알고 슬퍼했다. 왜냐하면 예수는 단 한 가지, 즉 사랑의 하느님을 현실 속에서 드러내는 일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때 그가 대항해야 했던 것은 자신을 에워싸고 애원과 기대의 눈길을 보내는 무수한 이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수는 제자들 가운데서조차 고독했던 것이다.

(갈릴래아의 봄)



예수는 하느님이 아버지처럼 엄격한 존재가 아니라, 어머니처럼 자애로이 고통을 함께 나눈 분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 사랑의 하느님을 알려 주기 위해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예수는 가엾은 이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이처럼 되길 바랐다.

(무력한 예수)



그는 자신을 사랑하듯이 예수를 사랑했으며, 자신을 증오하듯이 예수를 증오했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후에 유다는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마음으로 예수를 그 옆에서 살피고 있었을 것이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무력하고 고독했던 예수의 삶.

하지만 그의 삶과 죽음은 헛되지 않았고 인류를 구원하였습니다.

그는 고통과 죽음을 피하고 싶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으나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였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그를 저버린 제자들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그의 삶을 보면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 가툴릭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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