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로 다른 책을 주문하다가 판매자가 이 책도 팔길래 같이 사봤다. 재밌을 것 같아서 사봤는데... 이건 재미와는 거리가 먼 글이다. 재미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내용 때문에 읽고 나니까 우울함이 땅을 친다고나 할까.
제목에서 느낌이 딱 오듯이 실록에서 피해자인 여성이 오히려 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죄를 받는 경우를 추린 건데, 사실 이 표현은 고운 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강간을 당했을 경우 여자가 양반이라면 가해자가 처벌받지만, 피해자가 노비나 양민일 경우에는 오히려 피해자가 더 무거운 죄를 받는다. 강간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당한다는 거다. 이게 무슨 아랍권 문화 이야기도 아니고..=_=;; (아랍도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조선시대 당시 그만큼 여성의 지위가 낮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겠지만, 그만큼 당시 양반 남자들이 얼마나 더럽고 문란했는지도 확실히 보여준다고나 할까. 대쪽같은 성정을 지닌 양반이 아들의 첩을 데려오거나, 사대부들이 천민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 길거리에서 첩 때문에 몸싸움을 했다는 얘기를 보면 실소가 나온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인고, 실제 사례는 더 지독해서 언급되는 진짜 가해자들인 양반 남자들과 왕을 보면, 혐오스러울 정도다. (성종도 그럴 줄이야... 세종이야 원래 능력있으면 구린내도 봐주긴 했지만.) 물론 당시 조선을 떠받드는 힘 자체가 "질서"에 있긴 하지만 후대의, 조선시대보다 발전된 시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 "질서"라는 게 그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될 뿐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열녀 이데올로기"가 현재의 대한민국에 판치는 꼬라지를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물론 이 글에서 다룬 가해자는, 이른바 정치의 중앙쪽에 자리잡은 권력자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힘없이 노비나 기녀 여자들이 그렇게 스러진 것이고. 이쯤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현대에는 그렇지 않은가? 라는 것. 현대에도 힘있고 돈있으면 상대적으로 더 잘 빠져나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조선시대만큼은 아니니까, 그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미래에서 현대를 볼 때, 예전엔 저렇게 구태의연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미래에는 좀더 여성의 인권이라든지, 힘있는 사람들 자체에 대한 권력이 좀더 스러졌으면 싶다. 물론 더 격차가 심해질 것 같긴 하지만...
별을 하나밖에 안 준 건, 내용을 읽고 답답해졌기 때문이다. 내용 자체는 잘 정리한 듯. (살짝 헷갈리는 면도 있지만.) 자료삼아 계속 가지고 있을 거긴 한데... 자료로 사용할 심산이 아니라면 앞으로 다시는 펴보지 않을 생각. 우울해=_=...
200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