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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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분야: 에세이, 영미 에세이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는 사유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슬픔, 트라우마, 바이러스,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인 '이브 엔슬러'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아름답지 않은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담고 있다. 신기하게도 오히려 이러한 모순성이 이 책에 담긴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속도를 줄이는 것과 되돌아보고, 보고, 진정으로 다시 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사유Reckoning에 관한 이야기다. 

서문

사유는 대체 무엇이며 지금 우리에게 왜 그토록 중요할까?

사유의 과정은 기억하기, 인식하기, 책임지기의 행위를 수반한다. 

눈앞에 있으나 우리가 바라보기를 거부하는 바로 그것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수치심을 기꺼이 끌어안으라고 요구한다. 

사유는 개인과 집단의 책임과 그 둘이 언제,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결정한다. 진정한 사유에는 실수와 잘못, 악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필요하다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일까지도 뒤따른다. 

서문

과격한 허위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사유하기란 평범한 행위가 아니다.

사유는 가짜 뉴스와 그럴듯한 거짓말, 거북한 역사를 덮으려는 우파의 간교한 시도에 대한 해독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딘가 불편하고 죄책감을 일으킬 만한 역시적 진실을 가르치는 데 거의 발작처럼 반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어리석고 유치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대로는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결국 이 끔찍한 기억상실증으로 오염된 바다에서 서서히 익사하고 말 것이다.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에 귀 기울이고 불속으로 걸어 들어가 진실을 대면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야 우리는 진정한 자신으로 서로의 안에서 살 만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서문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어깨가 너무 아파서 한의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한의사 선생님은 내 어깨가 너무 굳어서 침이 잘 안 들어갈 정도라고 평소에 의식적으로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스트레스 조절에 미숙했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지금보다 몸으로 더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 같다. 


이처럼 고통은 경직되어 있는 것, 딱딱한 것,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인 이브 엔슬러가 보여주는 슬픔은 액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흐르고, 투명하고, 섞인다. 


우리는 불행을 두려워한다. 불행은 전염성이 있으니까, 슬픔처럼 액체를 타고 전파되니까.

<<바이러스는 정액, 피, 모유를 통해 전파된다. 바이러스는 우리를 통해 전파된다.>>


그러나 사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 물결은 파괴의 물결이 아닌 치유의 물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기 두려워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 인간이 별로 만들어진 것만큼이나 슬픔으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몸은 뼈보다는 강물에 가깝고 영양분과 슬픔이 뒤섞인 신성한 주머니 안에서 자라난다. 그렇다면 심장은 무엇이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조야한 감정들의 침전물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란 말일까?

나는 내 생의 대부분을 이 강을 따라 여행하는 데 바쳤다. 고집 센 물살에 휩쓸리고 거친 바위에 쓸려 피를 흘리며. 그것은 일찍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내가 피를 흘리고 있었기에. 나는 너무나 간절히 내 상처를 이해하고 싶었다. 아니, 강을 헤엄쳐 문을 통과해 저편으로 건너 가고 싶었다 말해야 할까.>>


<<나는 울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그리고 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울음을 바다의 울음에/진흙탕 강의 슬픔에 보태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울었다.>>


<<우리는 우위를 제쳐두고 이 모든 것의 연결됨을 기쁘고 열렬하게 껴안아야 합니다. 고통에 서열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노, 연민, 저항이 한데 뒤섞인 강으로 흐를 뿐이에요.>>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고통이 존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망연자실하기보다는 물결이 되어야 한다. 강물이 되어야 한다. 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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