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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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로맨스, 일본 장편소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와 함께한 열두 달 동안의 이야기.

한 가지 미리 말해두고 싶은 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것.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동화의 상투어로 끝나지 않아도 이 이야기는 분명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인 내가 최고의 행복을 손에 넣었으니.

최고의 가족과 절친, 연인과 함께 보낸 근사한 청춘의 나날들.

이 이상을 바란다면 욕심이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딱 한 가지만 더 기도하고 싶다.

신이시여, 그의 이야기도 부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세요.

3월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녀와 함께 걸었던 열두 달 동안의 이야기.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배드엔딩이다.

그런데 그게 뭐가 나쁜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다.

라스트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건 누가 정했지? 초반부에 최고의 절정을 맞고 이후로 약해지며 끝을 맺는다. 끝부분은 인상에 안 남을지 모르지만 진한 감동을 주는 멋진 장면이 분명히 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이야기로서 완성도는 낮을지 몰라도 이게 내 이야기다.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다.

나에게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니까.

3월

이 책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리나와 쇼타 두 사람의 서술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의 서술구조는 독자가 주인공 둘 모두의 마음속을 긴밀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 여자친구 이야기], [내 남자친구 이야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애들은 이런 책 모를지도...)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의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교차 서술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자세한 것은 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만의 또 다른 매력은 '보석병'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불치병 설정이다. 

이 책에만 등장하는 '보석병'이란, 심장 부근에 생기는 불치병으로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사후에만 보석을 채취할 수 있다는 독특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후 채취되는 보석은 개인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보석병에 걸린 개인이 생전에 살아온 삶을 반영하는 모습을 나타낸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그런 개성 덕분에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장르 소설 헤비 리더인 나는... 왠지 보석병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았지만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는 로맨스 청춘 성장물이므로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이어간다.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보석의 설정은 주인공인 '리나'의 목표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첫째, 수술을 받지 않고 죽어서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자. (리나의 집은 화재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기왕이면 아름다운 보석을 배출해 비싼 가격을 책정 받도록 최고의 청춘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보석이 개인의 인생을 반영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응축된 삶 = 보석)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에서는 어린 나이의 주인공이 불치병을 겪게 되면서 유독 두드러지는 요소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유한성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에서 10대와 20대를 가장 아름다운 나이로 묘사하는 이유는 그 시기에 삶에서 이뤄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와 즐겁게 놀고, 절친과 대화를 나누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하고.

근사한 청춘이라는 말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 별로 특별한 것 없이 흔한, 적당한 이미지일 것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만화에서도 흔히 보는 '청춘'. 그게 내 이상이었다. 

리나, 시작하는 4월, 행복한 5월

리나가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기 위해 달성하려는 목표들-진정한 우정, 꿈을 위해 노력하기(M 대학 입학) 그리고 진정한 사랑 등-은 우리가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보편적인 목적을 나타낸다. 

저자는 두 주인공의 나이를 고등학생, 특히 수험생으로 설정함으로써 독자에게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삶의 가장 중대하고 보편적인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는 영리한 설정과 구조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빛나는 것은 독자를 향한 저자의 분명한 메시지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슬픔이라면 슬퍼할 시간에 노력한다."

"요즘 들어 깨달은 건데.....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손에 넣을 때가 있거든. 그건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한테 신이 주는 선물인 것 같아."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는 이 메시지들은 너무나 분명해서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의 두 주인공 리나와 쇼타의 이야기는 책을 덮는 순간 끝나지만, 독자의 이야기는 저자의 응원을 받으며 이어질 것이다. 

나는 지금 내 이야기를 살고 있다.

내 이야기는 오래오래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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