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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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생각해보면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나는 조금 우울하고 무기력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런 성향에는 호르몬 문제-갑상선 저하증-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양육 과정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전적으로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는 대체적으로 내 삶은 부모-특히 엄마-의 선택대로 결정되어왔다. 이게 내가 무기력한 성향을 증폭시켰다고 확신하는데 어차피 내가 하기 싫다고 울고불고 해도 모든 상황이 부모님이 정한 대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가 뭘 목표로 삼든 내 뜻대로 안되는데 의욕이 넘치는 게 더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자유의지?? 그딴 건 우리 집에 있을 수 없어.

그래서 [모녀의 세계]를 읽으면서 '엄마의 이중메시지'와 '딸-엄마 아바타화'에 특히 크게 공감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런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흔한지 몰랐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깨달은 것만으로도 뭔가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이야기가 인간 보편의 인생 이야기를 흡수될 때' 상처는 소화된다.

[모녀의 세계]를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나 역시 엄마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많기 때문이다. 이게 외상으로 보여지는 상처였다면 내 몸은 이미 너덜너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녀의 세계]를 완독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책에 쓰인 사례가 전부 내 얘기 같아서 읽으면서 걸핏하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다 읽고 나니 우리 집만의 가정사라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사실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조금 떨어져 이성적으로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할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할까.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나에게 가한 정서적 폭력(뭐 물리적 폭력도 종종...)을 용서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너무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했듯이 엄마-딸의 관계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해자-피해자가 아닌 더 복잡한 관계라는 것을 이제는 이해했기 때문이다.


엄마-딸 관계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도 있으니 참고하길.


엄마-딸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은 이런 관계가 '대물림' 되기 때문이다. 정말 극단적인 경우에는 손절하는 게 낫다. 그런데 손절한 뒤에도 양육방식이나 부부생활 등에서 엄마-딸의 관계가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정말 지긋지긋하고 무섭다. 

[모녀의 세계] 중 절반은 이런 '악습'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솔루션에 관한 것이다. 


k-도터들의 행복한 여성으로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모녀의 세계]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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