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지구의 짧은 역사: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는 제목대로 45억 년에 걸친 지구의 이야기를 274p 분량으로 짧게 풀어낸 책이다. 지구과학/지질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술술 읽을 수 있는 난이도로 쓰인 책이라-아마 목표 독자층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성인이겠지만-조금 인내심이 있는 어린아이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책의 판형부터가 과학 분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많이 낮춰준다. 표지가 컬러풀해서 예쁘고, 책을 손으로 집는 순간 '어 이거 읽어볼 만하겠는데?'하는 생각이 드는 무게다. 이제 책을 훑어본다. 흑백이긴 하지만 다양한 참고 사진이 잔뜩 들어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챕터는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짧은 챕터는 20페이지 분량이다. 매일 한 챕터씩 읽는다치면 일주일 조금 더 걸리는 셈이다. 45억 년 역사를 일주일 만에 습득할 수 있다니 시간적으로 뭔가 이득 보는 느낌이다.

 

 

우리는 지구의 중력에 얽매인 채 삶을 살아간다. 게다가 우리가 지구에 매여 있는 것이 오로지 중력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또 숨을 들이쉴 때, 필수로 쓰이는 갖가지 금속도 모두 지구에서 나온다. 이 거대한 공에 대다수가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다.

우리는 우주에서 지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는 암석, 공기, 물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리의 대륙, 산과 골짜기, 지진과 화산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기나 바닷물의 조성은 무엇이 결정할까? 우리 주변에 보이는 생명체의 엄청난 다양성은 어떻게 출현했을까?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질문일 텐데, 우리 자신의 행동은 지구와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이런 질문들은 어느 정도는 과정에 관한 것이지만, 역사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의 기본 틀을 이룬다.

이 책은 우리 고향인 지구와 그 표면에 퍼져 있는 생물들의 이야기다. 지구의 모든 것은 역동적이다. 지구는 흔히 영속성을 띤다는 인상을 심어주지만, 그 인상은 잘못된 것이며 지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작은 변화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쌓인다. 가장 긴 시간에 걸쳐서 보면, 지구는 정말로 심오한 변화를 겪는다.

지구와 지구가 부양하는 생물의 이야기는 그 어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면 우리 주변의 산맥, 대양, 나무, 동물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우리 행성에 대한 이야기는 21세기에 인간 활동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지구의 전체 역사에서 인류가 살기 적합했던 시기는 얼마 되지 않으며, 사실 지구 역사가 주는 한결같은 교훈 중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이 대단히 덧없고 깨지기 쉬우며 소중하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마치 「요한 계시록」의 책장을 그대로 찢어낸 듯한 뉴스 제목을 종종 접한다. 생물학 쪽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그리 나을 것이 없다. 개체군 감소가 멸종은 아니지만, 멸종으로 향하는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세계가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답하면,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 범인은 바로 우리다. 이런 점들을 생각할 때, 아마 가장 우울한 소식은 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다. 이 변화에 무관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내 조국인 미국은 더욱더 그렇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우리 다음 세대의 삶을 바꿔놓을 지구적인 변화에 거의 신경도 안 쓰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을 보존할 것이고,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할 것이며, 자신이 배운 것만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바바 디움 Baba Dioum

그러므로, 이 책은 지구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우리 행성을 여기까지 오게 한 기나긴 역사 속으로 독자를 이끄는 초대장이자 40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가 인간 활동을 통해 얼마나 심각하게 바뀌고 있는지를 인식하라는 권고, 그리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아보자는 것이다.

프롤로그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모든 역사가 그렇듯 지구의 역사 또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투박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모습이 나빠 보일수록 이런 고찰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런 미래를 막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오르게 하니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의 말대로 '... 지구 역사가 주는 한결같은 교훈 중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이 대단히 덧없고 깨지기 쉬우며 소중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의 지구가 있기까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가능성들이 실현되고 우연들이 겹쳐 이 모든 생명들이 탄생했는지 정말 경이롭다. 한편으로는 지구의 지배자가 여섯, 일곱 번 정도 바뀐 것을 생각하면 앞의 수 천만 년 동안 지구의 모습이 비슷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지구라는 행성을 기준으로 볼 때 인간 개인의 삶은 참 덧없고도 아름다우며 덧없는 것에 비해 엄청난 변화를-그것도 나쁜 쪽으로- 초래한다는 점에서 대단하면서도 바보 같다고 느꼈다.

지구에 관한 책이지만 가벼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모든 것이 지구 위에 존재했고 사라지지만 또 자취를 남기기도 한다고 그리고 미약한 존재가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