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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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성장소설, 호주 소설

줄거리

1985년 호주의 브리즈번 외곽에 사는 열두 살 소년 '엘리 벨'과 그의 가족 이야기. 엘리의 형(오거스트 벨) 8년 전 엘리 그리고 아빠(로버트 벨)와 함께 캠핑을 가던 중 아빠의 공황 발작으로 교통사고가 나서 댐에 처박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거스트는 이 교통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로 실어증에 빠지고, 엄마(프란시스 벨)는 이 사건을 분기점으로 삼아 아이들을 데리고 아빠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후 엄마는 남자친구(라일 오를리크)를 사귀고, 아이들은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않을 뿐 거의 아빠 같은 존재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라일 아저씨는 엄마에게 악당이면서 구원자이기도 한 모순적인 존재인데 이는 라일 아저씨가 엄마를 마약에 중독시킨 장본인이자 마약을 끊게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약에 손을 대고 불법적인 과거를 가졌음이 분명한 라일 아저씨는 엄마와 함께 마약을 끊은 뒤로 표면적으로는 건실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엘리의 아저씨에 대한 믿음은 마약 봉지를 발견하면서 깨지게 된다.

엘리는 마약 중독자였던 라일 아저씨가 다시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지 알아내기 위해, 라일 아저씨를 미행하지만 다행히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러나, 라일 아저씨가 마약을 소지하고 있던 이유가 '타이터스 브로즈'의 밑에서 일하며 마약을 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엘리의 불안감은 커져간다.


[우주를 삼킨 소설]은 호주의 저널리스트 '트렌트 돌턴'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그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저자 인터뷰에 따르면 '엘리의 계부이자 마약상인 라일 아저씨는 돌턴의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돌턴이 계부에 대한 것을 물을 때마다-"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트렌트, 네가 더 크면 말해줄게."였다. 그러다 어느 날 경찰들이 계부를 데려갔고 그렇게 돌턴의 인생에서 아저씨는 사라진다.

책의 많은 부분이 '도대체 그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본 것들이에요. 꼬마 엘리에게 일어난 일들은 저와 형들에게 일어난 일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한다.


[우주를 삼킨 소년]은 나쁜 사람이면서 동시에 좋은 사람인 것이 가능한지 묻는 이야기다.

[우주를 삼킨 소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부 다면적이다. 주인공인 엘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나는 계속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난 좋은 사람이야." 슬림 할아버지가 말한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지."

"라일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엘리. 라일은 좋은 사람이야. 그럴 때도 있지."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요?" 내가 묻는다. "어른이 됐을 때도 난 좋은 사람일까요?"

슬림 할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한다. "음, 넌 좋은 아이야. 하지만 좋은 아이가 꼭 좋은 어른이 돼란 법은 없지."

223p



엘리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런 나쁜 면과 좋은 면에 대한 탐구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한 인간이 나쁜지 좋은지에 대한 엘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래요, 할아버지. 난 아빠에게 달 웅덩이에 대해 묻지 않았어요. 나와 형과 엄마가 안 좋은 과거를 잊어야 이런 행복이 가능하죠.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만, 원래 누군가를 용서하려면 선의의 작은 거짓말은 필요하잖아요?

누구나 가끔은 나쁜 사람이 되고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순전히 타이밍의 문제죠. 할아버지가 형에 대해서 한 말은 맞았어요. 형은 모든 답을 알고 있더라고요. '그러게 내가 뭐랬어'라는 말을 자꾸 해요. '내가 전에 겪은 적이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던 거야'라는 말을 자꾸 해요. 우리는 달 웅덩이에서 돌아왔어요.

형은 계속 허공에다 손가락으로 이렇게 써요. '내가 뭐랬어, 엘리. 내가 뭐랬어, 엘리.'

'점점 더 좋아질 거야'라고 형이 말했거든요. '정말 좋아질 거야.'

543p


엘리 벨이라는 캐릭터의 놀라운 점은 자신이 처한 끔찍한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용감하게 트라우마와 맞서는 점이다.

엘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는 슬림 할아버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다. 슬림 할아버지는 엘리에게 '시간'과 싸우는 법 그리고 인생에서 목표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그러나 엘리의 경이로운 용기조차 계속되는 위기에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다행히 엘리는 혼자가 아니다. 런 위기의 순간마다 엘리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의 엘리를 향한 사랑과 믿음을 느끼고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다.


책을 덮으면서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사랑과 믿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개판인 상황에서도 다 잘 될 거라는 내용의 편지를 소설이라는 형태로 사람들에게 보내는 것.


할아버지는 잘 쓴 편지 한 통이 감방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편지는 바깥세상과의 연결고리다. 편지를 통해 인간애를 느끼고, 깨어난다.

1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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